-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선정한 올해의 오판 -‘대륙의 실수’ 조롱받는 샤오미의 진짜 혁신 ‘생태계 장악’ - 샤오미에 대한 대한민국의 시선에는 자기부정과 향수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어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분석해본바에 따르면 올해 국내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샤오미’(小米)다.
주목할 부분은 샤오미에 대한 표현 방식의 변화다. 처음에는 중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담은 이른바 ‘대륙의 실수’ 차원으로 자주 언급이 되고 희화화 됐지만, 3분기 이후부터는 한국의 자존심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무시못할 존재로 언급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도 최근 들어서는 ‘대륙의 실력’이라는 표현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샤오미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식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샤오미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지만, 샤오미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한 곳은 드물었다. 그저 가격이 싼 카피제품만 만들어내는 중국회사로 인식했지만 샤오미의 도전과 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창업자 레이쥔에 대한 시선도 카피 기업의 창립자에서 눈여겨 관찰해야할 주요인물 중 한사람으로 격상됐다. 대한민국이 샤오미를 잘못보거나 혹은 너무 얕보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은 샤오미와 레이쥔을 올해의 오판(誤判)으로 선정했다.
프로그래머 출신의 레이쥔(雷軍ㆍ45) 샤오미 창업자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치밀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 ‘킹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레이쥔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에 본질을 두고 있다.
저가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그 안에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 전략’을 구축하는 중이다. 쉽게 말해, 저가의 스마트폰을 빠르게 보급해 사용자를 늘려 소프트웨어에서 수익을 확보한 후 사물인터넷(IoT) 진출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까지 장악하려는 것이다.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샤오미는 처음부터 스마트폰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가 융합된 매개체로 인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가격 혁신’ 뿐이 아니다. 샤오미의 경영방식 ‘샤오미제이션’(Xiaomization, 샤오미화)도 놓쳐서는 안될 포인트다.
국내 언론이 샤오미의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 미밴드 등 저가의 제품을 ‘실수다’ ‘실력이다’ 논하는 사이, 샤오미는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카피와 염가라는 두가지 무기로 조금씩 전투에 승리하는 와중에 샤오미는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법에도 매진했다.
실제 샤오미는 레이쥔 CEO의 주도로 저가의 스마트폰을 팔아 모바일 플랫폼을 넓힌 후 다양한 제품을 자체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로 묶는 데 성공했다. 향후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샤오미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IoT 시장까지 장악할지 여부다. 사물인터넷은 생활 속 사물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을 말한다.
최근 샤오미는 스마트홈 솔루션 ‘미홈’(Mi home)을 출시했다. 스마트폰과 공기청정기, 체중계, 정수기 등을 하나로 연결해, 우리 일상생활까지 지배하려는 의도다. 이달 30일 70인치 UHD 텔레비전을 국내 기업의 반값 수준인 약 179만원에 출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처럼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로 비하한 것은 올해의 가장 큰 ‘오판’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렸던 레이쥔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133억 달러(한화 약 15조6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레이쥔 개인 웨이보(微博ㆍ중국 SNS) 계정의 팔로어 수는 이달 초 기준 1260만명을 넘어섰다. 그의 팔로어 수가 우리나라 인구 4분의1에 육박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실 샤오미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식에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담겨져있다. 중국으로부터 산업 전분야에서 추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샤오미는 중국기업의 대표 아이콘이다. 샤오미의 성장과정은 산업화시기에 압축성장한 대한민국의 모습과 닮아 있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제품들을 유사하게 만들어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내놓는 대한민국의 전략을 샤오미가 21세기형으로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샤오미에게는 국가라는 거대 자본과 13억의 자국시장이라는 강력한 지원군도 버티고 있다.
그렇다보니 샤오미로 대변되는 중국 기업의 도전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반가울리 없다. 그들에게서 떨처버리고 싶은 우리의 옛모습이 보이는 동시에, 그들이 쓰고 있는 전략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에 대한 오판은 이제서야 창조와 독창성(Originality)을 고민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강한 자기부정이자 향수가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