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온평리 떠나라. 우리는 안 나갈 거다.”
제주도 서귀포시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색 현수막이 눈에 띈다. 분노가 담긴 문구는 물론 곳곳에는 욕설이 쓰인 깃발이 꽂혀 있다. 추억이 깃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두려움에 나이가 지긋한 주민들의 주름은 더 깊게 패였다.
성산읍 일대 ‘2공항’, ‘신공항’ 간판을 내건 공인중개업소들이 속속 간판을 내걸자 주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 말 건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지역에서 60여 년을 살았다는 김모(65)씨는 “개발 물결에 인생을 빼앗긴 기분”이라며 “제주도 땅값이 계속 올라 보상을 받아도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 2공항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길이 3.2㎞, 폭 60m의 활주로를 갖춘 약 495만㎡ 부지에 2025년 들어선다. 공항 부지가 선정된 이후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제주도가 ‘부동산투기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발표했지만 역부족이다. 외지인 토지 취득이 늘어나면서 투기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됐다.
성산읍 땅값은 한 달 새 5배 가까이 올랐다. 고성리, 수산리, 온평리, 난산리, 신산리 등 공항부지에 포함된 곳은 물론 인근 땅까지 천정부지다. 급기야 예정부지와 인접한 필지에 창고 건물을 짓고 재개발 보상을 노리는 이른바 ‘쪼개기’도 등장했다.
과열된 시장을 잡기엔 이미 늦었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현지 W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얘기로는 공항 건립 발표 몇 개월 전부터 정보가 샜다고 한다”고 분노했다.
정부의 한발 늦은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부동산 정보 관계자는 “이미 인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라 가격 상승을 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했다.
이달 말 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모(56) 씨는 “땅값을 잡는다는 얘기보다 보상과 이주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공항 기본계획이 확정되는 2017년 이내에 진행될 보상계획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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