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증식 방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웰빙 열풍에 무항생제 고기 수요가 늘고 있지만, 아직 주류 트렌드라고 하기에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문제지만, 굳이 더 큰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무항생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소비자의 인식 속에 자리잡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무항생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의 건강에 좋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영국 항생제 연구소의 데이비드 브라운 박사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증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항생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콜리스틴(colistin)’이라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최근 생겨난 것을 예로 들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콜리스틴은 대장균 등에 대해 높은 살균 작용을 하는 항생제로, 기존 약이 듣지 않는 감염에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박테리아의 침공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그러나 이 보루는 최근 무너졌다. 지난 11월 중국에서 이 보루를 무너뜨린 박테리아 유전자 ‘MCR-1’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중국 광저우 화남(華南)농업대학의 류지앤화 박사는 중국 일부 지역의 돼지와 닭에서 이 유전자를 발견했다. 심지어 지난 21일에는 영국에서도 이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혀 충격을 안겨줬다. 세계적 확산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MCR-1은 종류가 다른 박테리아들 사이에서 쉽게 복사되고 이전될 수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창출하는 슈퍼박테리아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미 이 유전자가 사람에게까지 퍼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영국 정부의 항생제 내성 대책 위원회(AMR)는 항생제 내성 관리에 실패하면 2050년까지 연간 1000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며, 세계 경제에 100조 달러 규모의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브라운 박사는 “이미 너무 늦었다. 우리는 10년 전에 연구를 시작했어야 했고, 가동중인 글로벌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다”며 “사람들은 새 항생제를 찾기위해 노력했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콜리스틴 내성을 가진 유전자가 나온 가장 큰 이유를 가축 사육으로 꼽았다. 중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가축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콜리스틴을 불필요하게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U는 2006년에 항생제를 성장촉진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음에도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농업이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농업 분야의 콜리스틴 수요는 올해 1만2000톤에 이르며, 2021년에는 1만6500톤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육류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가령 글로벌 회계ㆍ컨설팅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중국인의 연간 육류 소비량이 현재 1인당 평균 57㎏ 수준이지만 10년 뒤에는 74㎏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국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지만, 브라운 박사는 규제를 넘어 일반인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항생제 사용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은 규제를 피할 길을 찾기 때문에, 공공정책 이외에도 시장의 힘이 필요하다”며 “대중이 무항생제 고기를 찾기 시작한다면 진짜 진보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 위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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