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도 안되는 주가에 발목 중동펀드와 협상 사실상 결렬 “현정부서 매각 어려울듯” 지적도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네번의 실패 이후 또 다시 매각에 실패하면서, 이번 정권 내 민영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우리은행 매각 장기 지연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시 가격 집착…끝내 중동자본과 협상 결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아랍에이리트연합(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우리은행 지분 10%에 대한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매각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ADIC건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국부펀드와의 지분 매각 협상도 전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속한 민영화’에 나서겠다던 정부가 또 다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매달리면서 낮은 가격이 또 다시 매각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유가하락 등의 요인으로 중동펀드 쪽에서 자금회수에 나서 협상이 난항인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낮은 가격을 이유로 협상 불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200원(28일 오전 9시 40분 현재)으로 수개월째 1만원을 밑돌고 있다. 총 4조 6000억원의 미회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주당 1만 3500원 이상에 팔아야 한다.
당초 정부가 직접 중동자본에 인수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매각의사를 보였지만 주가가 마지노선인 1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매각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현재 주가라면 6000억~7000억원을 손해보고 1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칙인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까지 허용할 정도로 우리은행 매각에 열의가 있었지만, 최근 주당 1만원 이하로 매각할 경우 향후 논란이 될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동력이 약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뛴 중동 국부펀드와의 지분 매각협상이 결렬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정권 내 우리은행 매각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상반기는 총선 정국이라 현안에 관심을 갖기 힘들고, 이후엔 정권 후반기인 만큼 정부의 매각 동력은 더 약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각 장기화+ 주력 계열사 매각…떨어지는 경쟁력=우리은행 민영화 노력이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좌절감이 팽배하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업계 최고수준인 지난해 동기 대비 40%이상 많은 8402억원의 당기순이익(누적)을 달성했지만 민영화 지연으로 직원들의 동요는 상당하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정부의 관리를 받고 있는 한 주가가 오를 수 없다고 항변한다.
예금보험공사가 족쇄였던 경영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내용을 일부 완화해주긴 했지만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기업가치 제고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 은행이라보니 인사, 예산 등의 사용에 제약이 크고 정부의 간섭이 큰 만큼 인수희망자 찾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갈수록 하락하는 경쟁력은 앞으로의 매각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의 경쟁사들은 비은행권 강화 및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증권 등 알짜 계열사를 팔고 독자생존해야 하는 우리은행으로서는 경쟁우위 요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증권 등 값 나가는 건 다 팔고 등치만 큰 은행만 남았는데 과연 그 돈을 주고 사려는 업체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라면서 “말은 하겠다고 하는데 16년째 민영화가 지연되고 있다. 갈수록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정말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 교수도 “앞서 우리은행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책임은 ‘민영화 3대 원칙’을 고집했던 정부에 있다”며 “공무원들이 자리 보존을 먼저 생각하다 보니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해 결국 공적자금 투입 이후 15년 동안 우리은행의 경쟁력만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