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5일 52회 ‘무역의 날’은 길이 기억되어야 한다. 영광보다는 부끄러움쪽이다. 이름값을 못했기 때문이다. 1964년11월 30일 대한민국은 수출 1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날이 ‘수출의 날’이 됐다. 우간다보다 못했던 나라, 필리핀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는 그날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한다. 수출해서 번 달러로 공장을 짓고 원자재를 사고 더 많은 수출을 했다. 2011년 12월 5일엔 무역 규모(수출+수입) 1조달러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다. 10대 무역국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 ‘수출의 날’은 날짜도 이름도 바뀌어 12월 5일 ‘무역의 날’이 됐다.
그런데 올해는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힘들게 됐다. 안된다는 쪽이 옳다. 11월까지 수출입 실적은 8860억달러다. 12월중에 1140억달러 이상의 실적을 내야 한다. 불가능하다. 지난해에는 11월에 벌써 교역실적 1조48억 달러였다. 4년 연속 이어오던 교역 1조 달러 기록이 올해 깨지는 것이다. 올들어 1월부터 수출·수입액이 매달 한번도 빠짐없이 동반 감소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무역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등뼈다. 자원도 없이 순전히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만큼 살게 된 원천이다. 그 한국경제의 등뼈가 구부러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불안 요인 투성이다.
11월까지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동기의 두 배가량인 832억 달러다. 수출보다 수입이 줄었다는 얘기다. 수입품 안쓰고 안먹어어서 수입이 주는 게 아니다. 원유가격 하락의 이유를 빼놓긴 어렵다. 하지만 명품, 외제차 수입은 늘어만 간다. 결국 수출의 받침대인 자본재 수입이 줄었다는 얘기다. 수출 활력은 더 떨어지게 생겼다.
대외 여건도 어렵다는 전망뿐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경기 둔화의 여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곧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기술과 가격에서 일본과 중국에 밀린다는 분석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엔 중국에 기술로, 일본에 가격으로 밀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샌드위치론과 역(逆)샌드위치론이다.
물론 한국경제엔 어렵지 않는 날이 없었다. 늘 미래는 불안했다. 그래도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 앞장서 해외시장을 개척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7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같은 이다. 이들은 여건을 탓하지 않는다. 안된다는 예상을 실적으로 뒤엎었다.
내년에는 무역의 날이 기념일의 제 의미를 되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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