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혁·코가손·그림자궁전 등 46팀 참여 CD 3장에 모던록등 다양한 색깔 46곡 수록

지난 1994년 서울 이화여대 후문 부근에서 작은 라이브 클럽 하나가 문을 열었다. 이 클럽은 처음에는 다양한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는 공간이었지만, 이후 연습공간을 필요로 하는 인디 밴드나 스쿨 밴드들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브클럽으로 변모했다.

90년대 중반 펑크가 주류를 이뤘던 홍대 앞 클럽과는 달리 이 클럽에선 독특하게도 모던록이 울려 퍼졌다. 이 클럽은 지난 2004년에 산울림소극장 부근으로 옮긴 뒤에도 독특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신인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아낌없이 무대를 내줬다.

이장혁, 시와, 라이너스의 담요, 전자양,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아마도 이자람밴드 등 많은 뮤지션들이 이 클럽을 무대를 활동의 보폭을 넓혔고, 이 클럽은 ‘모던록의 산실’이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인디신의 흥망성쇠와 함께 해 온 공간. 바로 클럽 ‘빵’에 대한 이야기이다.

‘빵’이 네 번째 컴필레이션(편집) 앨범을 발표했다. ‘빵’은 지난 1999년 ‘빵 컴필레이션 볼륨 1’을 시작으로 2003년 ‘론 스타(Lone Star)’, 2007년 ‘빵 컴필레이션 3: 히스토이 오브 빵’ 등 3장의 편집 앨범을 내놓은 바 있다. 인디 신 초기에는 많은 라이브 클럽들이 자신의 상호를 걸고 편집 앨범을 만들었지만, 현재까지 꾸준히 앨범을 내는 라이브클럽은 ‘빵’이 유일하다.

‘빵’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음악들을 수록한 이 앨범은 단순한 편집 앨범을 넘어 슈게이징, 모던록, 포크록 등 다채로운 음악 색깔을 가지고 있어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세 번째 편집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김영등 ‘빵’ 대표는 “지금까지 내놓은 편집 앨범들은 ‘빵’이 성장하고 진보하면서 내놓은 결과물이라면, 이번 앨범은 성장과 진보를 담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과정을 이어가자는 목적이 크다”며 “지금 앨범을 내지 않으면 영원히 못 낼 수도 있고 더 미뤄봐야 새로운 무언가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앨범을 기획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이후 8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편집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 참여하는 뮤지션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이장혁, 코가손, 플러그드 클래식, 그림자궁전, 사람또사람, 무중력소년, 투명, 한음파, 오주환, 포브라더스, 머쉬룸즈, 레인보우99 등 46팀의 뮤지션들이 총 3장의 CD에 46곡을 담아냈다.

김 대표는 “세상이 변화하고 홍대 앞 음악 신도 변화하고 그런 변화 속에 ‘빵’이 놓여 있다”며 “‘늘 하던 스타일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더 생명력을 가지고 지속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결국 앨범이 나오게 됐고, ‘빵’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