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올 한 해는 원자재 시장으로서는 ‘바닥을 보는 해’였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한파 속에 국내 주요 업체들의 주가도 무릎꿇을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하지만,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듯싶다.
각 업체들의 뼈를 깎는 생산량 조절과 구조조정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점진적인 금리인상 전망까지 꾸준히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원자재 가격은 또다시 한파 속에 휘말릴 것을 예상되기 때문이다.
▶6년래 최저, 바닥 수준의 업종지수=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12월 30일) 4735.92였던 코스피 철강ㆍ금속 업종지수는 지난 18일 3623.01로 2009년 3월 6일(3474.80)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1일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8일 22개 원자재를 따르는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 역시 76.6045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1999년(12월 7일, 79.5064) 이후 16년래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기준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올 한 해만 25.76% 하락했다.
코스피 비금속광물 지수 역시 지난해 연말 1339.04에서 21일 현재 1449.50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연중 최고점인 2212.09보다는 34.5% 감소한 수치다.
▶거꾸러진 포스코 등 철강업체=올 한 해 최대 피해자는 철강업계 1위 업체인 포스코다.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연말 27만5500원에서 21일 16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 38.7% 빠졌다. 연초에 찍었던 연중 최고가인 29만3000원보다는 주가가 42.3% 쪼그라든 셈이다.
철강주인 현대제철 역시 지난해 연말 6만3500원 대비 5만900원으로 하락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연고점 8만1400원보다 주가가 37.5% 떨어진 것이다.
세아제강도 7만9400원에서 5만5100원으로 주가가 30.6% 급락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는 실수급과 투기적 수요가 같이 맞물려있는 자산군이기 때문에 양쪽을 다 봐야한다”며 “실수급을 보자면 오버캐파(초과생산)가 문제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저성장 구간에 들어왔으며 특히 원자재 소비 1위국인 중국의 경제영역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엄청나게 위축이 됐다”고 진단했다.
투기적 수요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로 인해 위축된 부분이 크다.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강세가 되면 비이자자산인 금속같은 경우는 당연히 안 좋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방 연구원은 “실수요 위축에 투기적 수요 위축이 가중되면서 철강재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빠졌다”며 “2009년 저점 수준을 깨고 내려온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관련 기업들의 주가 수준도 좋을 수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원자재 시장 생존자는=그러나 맥을 못 추는 원자재 시장에서도 살아남는 기업들이 있다. 풍산은 5월 연고점(3만1750원)과 비교했을때 21일 주가(2만7650원)으로 크게 낮아졌으나 지난해 연말(2만5050원)과 비교하면 소폭 상승했다. 고려아연 역시 40만3500원에서 46만9500원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와 관련해 방민진 연구원은 “이는 시황과는 무관한 이슈 때문이었다”며 “고려아연의 경우 대규모 증설을 하고 있고 내년 초부터 가동되는 제2 비철단지 때문에 대규모 양적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단가이슈를 억누르고 볼륨증가 이슈로 주가흐름이 좋았다”고 분석했다.
풍산의 경우엔 현재 주가가 지난 2011년 이후 전기동 가격의 변동성이 반영된 수준이었고 방위산업 부문이 견조하게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우려와 기대 공존하는 원자재 시장=그럼에도 내년 금속 원자재 시장은 약간의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방 연구원은 “일단 녹록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진단하며 “내년도에도 수요가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수급 요인으로 바닥을 쳤다면 공급이 크게 조정돼야 하는 상황”이고 “다행히 공급쪽에서 조정이 이뤄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추이가 좀 더 가서 바닥을 보고 금속 가격이 더이상 안빠지게 되면 당연히 (관련 업체)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에 의하면 전기동이나 아연같은 경우 중국 제련소들이 공동으로 감산 결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며, 다른 광산업체들도 생산 가이던스를 조정하거나 생산시설 셧다운(생산중단)을 시키는 것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전망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철강주 주가가 절대 저평가 수준까지 하락해 더 추락할 가능성이 적어 내년 정상화를 내다봤다.
반대로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내년 GDP 증가율이 예년 대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 것이며 중국 정부가 원하는 구조조정은 합병으로 인한 소수 철강업체의 대형화지만 중소 철강사의 가치 책정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강조하면서 “수급 변화에 기인한 철강업 회복의 본격화를 단언하기엔 시기상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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