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제도를 2021년까지 4년간 더 유예한다는 정부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사시 존치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측 모두 정부의 어정쩡한 결정에 불만이 대단하다. 특히 직접 이해 당사자인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주요 법학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은 집단 자퇴서 제출을 결의하는 등 반발이 여간 거세지 않다. 지방대 로스쿨도 함께 동참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학법학교수회 등은 ‘유예할 게 아니라 존치를 확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격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듯하다.

그동안 로스쿨 제도는 도입 이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많은 논란이 일었다. 학비가 워낙 비싸 ‘가진 자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 속에 ‘현대판 음서제’론까지 등장했다. 특히 사회적 양극화와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저소득 소외계층의 신분상승 기회를 봉쇄했다는 비난도 줄을 이었다. 여기에 신기남 의원 파동 등 일부 고위층 인사들의 로스쿨 관련 추문이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 부정적으로 흘렀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사법시험은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사시제도 4년 유예 방침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사시제도 존치를 둘러싼 논란이 4년 뒤라고 그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관련법에 의한 마지막 사시 1차 시험이 내년 2월 예정돼 있어 그 전에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기에 서둘러 방침을 밝힌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결국 골치아픈 결정을 다음 정권으로 미뤄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직무유기일 뿐이다.

더욱이 이번 조치는 정부 정책 신뢰도를 크게 깎아내린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정책이든 이해 당사자가 있고, 찬반 여론이 들끓게 마련이다. 그런 가운데 정책이 결정되면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수정하고 보완하며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도중에 여론이 좋지 않다고, 어느 일방의 반발이 거세다고 이런 식의 회피성 결정을 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또 이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은 존폐 여부를 미룰 때가 아니고,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사회ㆍ경제적 차이가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로스쿨의 장벽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