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 3일 새벽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만 3~5세 무상교육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이 빠져 있다. 하지만 정부는 누리과정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 목적의 예비비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에 이어 2년째 정부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명시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동원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예비비 형식으로 지방교육청에 5000억원을 지원해 누리과정에 충당하도록 했다. 정부로서는 2년째 부분적이나마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예산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그 책임이 지방교육청에 있다는 근거를 축적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항이라며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교육청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있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의 책임 등 근본적인 해결은 미룬 채 일부 우회지원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중앙정부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데 대한 논란이 확산된 3일 ‘누리과정의 차질없는 시행 및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목적예비비 3000억원 지원’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누리과정은 각 지방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이 자료에서 “학무모와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교육받을 수있도록 목적예비비 3000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면서 “이 예산은 노후화장실 개량, 찜통교실 해소 등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중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지방교육 재정여건이 좋아짐에 따라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여력은 크게 증가하고 국고지원 필요성은 2015년보다 줄어들었으나 지방교육시설 개선 필요성 등을 감안해 내년도 목적 예비비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내년 지방교육재정 여건은 교육재정 교부금이 1조8000억원 늘어나고 부동산 거래량 증가 및 담뱃값 인상 등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담배소비세 증가분 중 지방교육청으로 전입되는 금액이 크게 증가하는 등 세입여건이 대폭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지방교육청도 더 이상 재원사정을 이유로 의무지출 경비인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하지 않고 내년 누리과정 소요 전액을 예산에 편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압박했다.
결국 기재부는 명목상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노후화장실 개량과 찜통교실 해소 등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 지방교육청이 이를 통해 생기는 재정여력과 자체예산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라는 것이다. 우회지원인 셈이다.
하지만 지방교육청들은 정부의 이러한 부분적인 우회지원에 반발하면서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교육청은 최근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법률적으로 교육감의 책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시도교육청의 재원으로는 편성 자체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반발, 자칫 보육대란 발생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정부의 힘겨루기와 공방이 지속되는 한 내년에도 아이들을 둔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국민들의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우회지원과 책임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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