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캐프리오, 영화제작으로 기후변화 해결촉구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환경운동가 변신 빌 게이츠·리카싱·비노드 코슬라 등 부호들 메탄 감축 위해 ‘식물성 인공고기’기업 투자 손정의, IT활용 아산화질소 최소화 농업진출
[슈퍼리치섹션] “이제는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을 취할 때입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기후변화 정상회담 개막날,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Leonardo DiCaprioㆍ41)가 ‘UN 평화대사’ 자격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만 기후 변화는 가속화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ㆍ석유 등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우와 홍수, 해수면 상승, 빙하 해빙 등 기상 이변 현상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약 150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프랑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2020년 이후부터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가리지 않고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슈퍼리치들의 행보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부호들은 각자 새로운 방식으로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중이다.
▶‘영화 제작’으로 기후변화 해결 촉구=세계적인 톱스타이자 2억4500만 달러(한화 약 2800억원)의 자산가로 유명한 디캐프리오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환경 운동가이다. 그는 2004년 반(反)환경 정책을 이유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적극적 반대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를 독려하는 등 활발한 환경운동을 해왔다. 특히 디캐프리오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대중에 알리는 방법은 영화 제작을 통해서다.
2007년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11번째 시간’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그는 최근 불거진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에 대해서도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1998년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공익 재단을 설립해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세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고 있으며, 평소 하이브리드차를 몰고 집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숲이 파괴된 무인도의 생태환경을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카리브해 벨리즈 연안에 있는 무인도 ‘블랙어도르 카예’(Blackadore Caye)에 인공 산호초와 물고기 쉼터 등 친환경 시설을 조성 중이다. 이 섬은 사람들로 인해 맹그로브숲이 파괴되는 등 환경훼손이 심각했다.
디캐프리오는 약 42만㎡ 크기의 이 섬을 2005년 175만 달러에 매입했다. ‘괴짜 억만장자’로 알려진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ㆍ64) 버진그룹 회장도 2006년 앨 고어(Al Goreㆍ67) 전 미국 부통령을 만난 이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006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상 이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촉구한 바 있다. 앨 고어를 만나 지구온난화에 관심을 가진 그는 2006년 향후 10년간 버진항공과 버진철도의 순이익 전액을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쓰기로 약속했다. 예상되는 10년간의 순이익은 30억 달러에 달한다. 또 2007년에는 대기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제거하거나 이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 25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지구 해양 보전을 위한 ‘오션 엘더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카본 워룸’ 등 비영리단체에 막대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브랜슨 회장은 평소 열기구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는 등 각종 탐험을 즐기면서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선천적 난독증으로 고교를 중퇴한 브랜슨은 일찌감치 창업에 뛰어들어, 항공과 철도 등 여러 사업에 도전한 끝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브랜슨의 자산은 49억 달러로 평가된다.
▶메탄 배출 줄일 ‘인조고기’ 개발= 최근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실제 소나 염소 등 가축이 내뿜는 방귀와 트림으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발생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억이산화탄소톤(tCO₂·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값)로, 전체 배출량의 14.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면 전 인류가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고기 소비량을 감소시키는 게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IT 업계 슈퍼리치는 육류를 대체할 ‘인공 고기’ 생산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코슬라 벤처스 대표인 비노드 코슬라, 홍콩 최대부자 리카싱(李嘉誠) CKH홀딩스 회장 등은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에 총 1억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스탠포드대학 생물학자인 패트릭 브라운(Patrick Brown)이 2011년 설립한 임파서블푸드는 식물성 원료만으로 고기 맛이 나는 패티와 인공 치즈를 개발해 ‘식물성 치즈 햄버거’를 파는 기업이다. 인조 치즈는 아몬드와 마카다미아 오일 등으로 제조한다.
인공 계란을 개발한 햄튼크릭(Hampton Creek)은 빌 게이츠를 비롯해 리카싱, 야후 창업자 제리 양, 비노드 코슬라,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왈도 세브린 등으로부터 1억20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햄튼크릭은 농작물을 원료로 달걀과 똑같은 맛과 향기를 가진 인공계란을 만들어 마요네즈, 쿠키도우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에반 윌리엄스, 비즈 스톤은 콩으로 고기를 만드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에 투자했다. 에단 브라운(Ethan Brown) 교수 등 미국 미주리 대학 교수들이 2009년 설립된 비욘드미트는 콩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 소고기ㆍ닭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비욘드미트의 목표는 식물 단백질을 이용해 동물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고기 소비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숲 파괴 막을 ‘어그테크’=농업 활동에서도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토양에 뿌려진 비료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도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특히 경작지가 확장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이 파괴되고, 이와 동시에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리치는 농업에 첨단 IT를 접목해, 기존 경작지에서 나오는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바로 ‘어그테크’(AgTech)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토양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어그테크의 자동화기술을 이용하면 화석연료 사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ㆍ60) 알파벳(Alphabet, 구글의 지주회사)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벤처캐피탈 업체 ‘이노베이션 엔데버’(Innovation Endeavors)를 통해 최근 어그테크 스타트업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실제 이노베이션 엔데버는 올해 초 토양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을 알려주는 스마트 센서 시스템을 개발한 ‘크롭엑스’(CropX)에 900만달러를 투자하고, 지난해 3월에는 어그테크 신생기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블루리버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로봇기술을 이용해 토양에 영양분을 적절히 공급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다.
지난해 말에는 식량 제조 컨소시움 ‘팜2050’(Farm2050)도 조직해, 2050년까지 농작물 생산을 70% 증산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결합을 통해,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팜2050 컨소시움에는 종자ㆍ비료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 듀폰(DuPont), 전자제조서비스(EMS) 전문기업 플렉트로닉스(Flextronics) 등이 참여했다. 구글은 현재 플렉트로닉스와는 농작물 모니터링 센서를 개발 중이며, 향후 여러 기업들과 다양한 어그테크 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재일교포 3세 손정의(손 마사요시ㆍ58) 회장이 이끄는 일본 최대 IT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도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아산화질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농업 활동에 나선다.
소프트뱅크는 내년 봄 홋카이도(北海道)에 농업생산법인을 설립, 농업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수년 내 혼슈(本州)·규슈(九州) 등 농산물 생산기지를 전국 10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는 습도와 일사량 등을 측정하는 센서 등을 이용해 농작물의 생육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으로 최적의 재배 방법을 도출해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