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규모는 사상 최대인 1100억달러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발표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10월 누적 흑자폭은 878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6억6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여기에 11, 12월 경상수지 흑자가 작년 수준(177억달러)만 돼도 1055억달러다. 불과 20년전까지 만성 적자국가였던 한국이 이제는 경상수지 1000억달러 흑자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른바 ‘1000억달러 흑자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독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4개국 뿐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해외에 상품을 팔거나 투자를 해 많이 벌어들였다는 의미로 대단한 성과다. 특히 경상 흑자가 많아지면 웬만한 글로벌 금융위기 쯤은 거뜬히 헤쳐나갈 방호벽이 그만큼 더 든든해진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마냥 반가워할 일만은 못된다.

우선 흑자의 질이 좋지 않다. 국내 소비가 활발해 수입이 늘어나는 데도 수출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구조라면 최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액이 더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 ’라는 게 문제다. 11월 수출입 실적만 봐도 그렇다. 수출은 44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줄었는데, 수입은 341억달러로 감소폭이 17.6%에 이른다. 그 바람에 월 단위 무역수지가 100억달러는 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물론 유가하락으로 원유 수입단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교역 조건이 개선된 점도 작용했지만 아무래도 수입이 수출보다 위축된 탓이 크다.

더 걱정되는 것은 환율문제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원화 가치 절상과 통상 압박 증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툭하면 중국과 독일에 대한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라고 예외일 까닭이 없다. 당장은 원화 환율이 경상수지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등 외부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지만 대외 요인이 가시면 언제 환율 강풍이 몰아닥칠지 모른다. 정부와 기업 모두 글로벌 외환시장 움직임을 더 세심하게 지켜보며 환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내수 비중을 높여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묘수가 절대 요구된다. 수출 상품 다양화는 물론 기술정보(IT), 가전, 자동차 등에 편중된 수출업종을 다변화하는 등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내수 비중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은 체질개선의 원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