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미국이 17일(한국시간) 9년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6개월째 동결 행보를 가고 있는 한국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금리인상 후 곧바로 기준금리를 올리진 않겠다”며 불안감을 잠재웠지만 글로벌 경제의 큰 흐름의 방향이 바뀐 만큼 금리인상이란 대세를 거스르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기준금리가 내년 말께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는 은행권 대출금리는 즉각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최근 대출금리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리면서 지난 4월부터 내놓던 2%대 주택대출금리 상품은 실종되고 있다.

▶한국 기준금리, 내년까진 동결 예상=한국은행은 지난 10일 6개월째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된 상황이었지만 ’위나 아래로‘의 변동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금리격차 감소에 따른 자본 이탈, 가계부채증가, 좀비기업 양상 등의 측면에선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당장 인상될 경우 ‘빚더미’ 가계와 기업 부채 폭탄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경기위축과 소비둔화도 걱정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말까지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한은이 금리정책을 활용해 국내 경기부양이나 자금 유출입을 조절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적어도 앞으로 12개월간은 정책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한은이 물가 등 국내 경기 상황을 우선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동결로 갈 가능성이 크고 2017년에 경기가 회복되고 나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과 한국의 금리조정에는 짧지 않은 시차가 있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정책금리 변화가 시작된 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같은 방향을 조정하는데는 평균 9.7개월이 걸렸다.

특히 2004년 7월 시작된 미국의 금리인상기를 보면 금리 조정 시차가 15개월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한은의 금리변동 방향에 대해서는 엇갈리지만 대체로 ‘인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시점은 유동적이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예상밖에 국내 자금유출이나 신흥국 불안이 커진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수출부진과 내수둔화 등의 국내상황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상반기까진 동결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내일부터 바로 반영=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당장 18일부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출금리는 시중금리의 영향을 바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 금리인상의 경우 예고된 만큼 지난 9월 달부터 선 반영돼 급격한 변동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한ㆍKB국민ㆍ 우리ㆍKEB하나ㆍ 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미국금리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변동 영향을 살펴본 결과 변동금리는 일제히 은행연합회가 발표하는 신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를 활용하고 있어 변동주기나 폭엔 차이가 없다.

코픽스는 국내 9개 은행의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수신금리를 잔액비중에 따라 가중평균해 산출한 금리다.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경우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발표하는 신규코픽스에 따라 변동하는데 15일 발표되면 변동폭을 금리에 반영해 다음날인 16일부터 내달 15일까지 동일하게 취급한다.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신규코픽스는 인상속도가 갈수록 가파라지고 있다.

지난 11월 10개월만에 반등한 신규코픽스(1.54%)는 전달대비 0.03%포인트 올랐지만 12월(1.66%)엔 인상폭(0.09%포인트)이 3배나 뛰었다.

반면 주담대 중 가장 많은 혼합형(변동+고정)은 은행마다 반영속도가 달랐다.

우리ㆍKEB하나은행은 즉각 반영되는 반면, KB국민은행이 다소 반영속도가 느렸다.

금리상승기때는 KB국민은행에서, 금리인하기때는 우리은행에서 대출받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은행권에선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시장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를 쓰는데 갱신시점이 은행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ㆍKEB하나의 경우 매일 아침 전날 변동된 금융채 5년물 금리를 반영해 그날 취급할 주담대 금리를 정한다. 시장금리 변화에 빠를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바로 시장금리가 반영되지만 이미 시장금리가 미국 금리인상을 선반영한만큼 시장금리 급등이란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면서 “과거엔 선반영된 영향으로 되레 미국 금리인상 직후 대출금리가 떨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매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동일하게 대출금리를 책정한다. 전주 수~목요일까지 다음주 취급할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한 뒤 사용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주담대 금리 변화는 28일 시작되는 주부터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신한과 NH농협은행은 직전3영업일 대출금리의 평균금리로 산출한다. 예를 들어 오늘(17일)대출을 받는 사람의 경우 직전 3일 영업일인 16,15,14일 대출금리의 평균금리를 적용받는 식이다.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이자 등 수신금리는 예측할수가 없다. 모든 은행들이 수신금리는 시중금리에 연동해 책정하기보다 수익성, 리스크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마다 금리변동 여부도 다르고 주기도 따로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금리보다 연동성이 높은 기준금리가 올라도 수신금리 인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 될 뿐만 아니라 꼭 오르는 법도 없다”면서 “여론과 경쟁사 금리변화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주택대출금리 3%대 속속 진입…2%대 상품 '실종'=시중은행들은 지난 4월부터 2%대로 유지하던 대출금리를 최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수준은 현재 연 3.11~4.47%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연 2.89~4.25%)보다 0.22%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달 전에는 우대금리가 적용되면 2%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대금리 혜택을 보더라도 2%대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같은 상품 금리는 지난달 2.97~4.72%에서 현재 3.17~4.76%로 한 달 새 0.2%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KEB하나은행은 3.00~4.70%에서 3.07~4.77%, NH농협은행은 2.86~4.26%에서 3.05~4.35%로 오른 금리로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을 팔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는 KB국민은행만 아직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도 2.87~4.18%에서 2.96~4.27%로 금리 자체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의 밴드 하단 금리가 내달 중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이달 들어 대출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연 3%대로 올린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5년 고정금리 상품은 지난달 연 3.23~4.53%로 3%대를 돌파했다.

우리은행의 5년 고정금리 상품도 지난달 연 3.17~4.76%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같은 상품은 연 3.16~3.56%였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중금리 변동에 민감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올랐기 때문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11월 1.66%를 기록, 전월인10월(1.57%)보다 0.09%포인트 뛰었다.

이는 지난 1년 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 정희수 팀장은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미국이 내년까지 1%포인트가량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은행 대출금리도 조금씩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가 조금씩이나마 계속 오르고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