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관련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출산 이후 복귀한 여직원들을 위해 휴게실에 유축기를 비치하고, ‘런치 아카데미’를 개설해 임신ㆍ출산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어 자녀와 함께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주차권을 우선 배정했다. 곧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3개 공공기관이 통합한 터라 직원들 간 소통과 융합이 큰 이슈였는데, 오가다 마주치면 데면데면하던 직원들이 자녀와 함께하는 출근길에 서로 친근한 인사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커다란 변화도 이어졌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IT업종은 난임률이 높은 편인데, 출산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삶과 가족까지 고려한 제도와 혜택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직접 경험했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의 ‘일ㆍ가정 양립’이란 대의(大義)에는 공감하면서도, 가족친화경영을 위한 비용과 시간 등의 문제 앞에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제 일하는 시간(work hard)이 아닌 얼마나 생산성 있게 일하느냐(work smart)가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제’는 ‘가족친화경영’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머뭇거리던 기업들이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내미는 ‘당근’같은 제도다. 우리 사회는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각종 일ㆍ가정양립 지원정책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직장문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가족친화인증제는 실질적인 제도활용도 등을 따져 기업에 정부인증을 주고, 은행 투ㆍ융자 대출시 금리우대, 정부 지원사업 참여 시 가점부여,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와 같은 다양한 경영상 혜택을 제공한다.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면서 동시에 여러 정부혜택도 누릴 수 있으니 CEO입장에선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닐까.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참여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가족친화경영이 가져오는 여러 가시적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인증기업의 경우, 평균 이직률은 낮아지고 여성 고용률과 직원 만족도는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냈다. 매출액과 입사 지원율이 상승한 기업도 절반 이상이었다.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게 되면서 양성의 다양한 시각이 담긴 의사결정이 기업혁신을 가속화하는 효과도 있다.
올해 새롭게 531개사가 심사를 통과하면서 가족친화인증기업은 기존 956개사에서 42% 증가한 1363개사가 됐다. 헤럴드경제신문이 속한 (주)헤럴드도 새롭게 인증기업이 되면서, 신문사로는 사실상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해 인증을 받은 한 기업CEO의 바람은 “아침에 눈뜨면 출근이 기다려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과 직원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이 같은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길에 앞으로 더욱더 많은 기업들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도 가족친화경영의 의미와 유무형의 성과를 널리 확산시키고,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보다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인증’ 자체가 무의미한, 모든 직장과 가정의 행복한 공존을 이루는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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