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펜웨이 파크의 팬들은 또 한 번 인내의 시간을 가졌다. 마운드는 붕괴됐고, 총액 1억 8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야심차게 영입한 라미레즈(31)-산도발(29) 듀오의 첫 해는 완벽한 실패작이 됐다. 지난해보다 7승을 더 거뒀으나 78승 84패의 성적이 보스턴 팬들에게 위안이 될 리 없었다. 최근 4년간 세 번째 지구 최하위다.새로이 프런트진에 합류한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과 마이크 헤이즌 단장은 일찌감치 칼을 빼들었다. 무려 4명의 유망주를 내주고 샌디에이고에서 마무리 크렉 킴브럴(27)을 영입한 것이다. 특히 보스턴이 내준 대가에는 매뉴얼 마고(21)와 하비어 게라(20)라는 핵심 유망주가 포함됐다. ‘한 해 60-70이닝을 던지게 될 마무리를 위한 대가로는 너무 지나쳤다’는 의견과 ‘올 시즌 불안했던 불펜 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젊은 선수의 성장 보스턴의 올 시즌에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팀이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낙오하면서 보스턴의 미래들은 큰 부담 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었다.젠더 보가츠(23)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팀 내 넘버 원 유망주로서 주목을 받았던 보가츠는 지난해 풀타임 첫 시즌에서 메이저리그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2013시즌 막판 데뷔한 뒤 포스트시즌 로스터까지 포함돼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상황에서 그 기대치가 더욱 높았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하지만 올 시즌엔 달랐다. .240의 타율을 .320까지 끌어 올리며 미구엘 카브레라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타율 2위에 올랐다. 유격수 부문 리그 실버 슬러거 수상도 당연히 그의 몫이 됐다. 지난해보다 1할 이상 높아진 .776의 OPS(장타율+출류율)는 규정 타석을 채운 메이저리그 전체 19명의 유격수 중 세 번째로 높았으며, 81타점은 오티즈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숫자였다. 공격에서의 맹활약은 수비의 안정성으로까지 연결됐다(런 세이브- 2014: -16 / 2015 : 0)가장 반가운 것은 무키 베츠(23)와 블레이크 스와이하트(23)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이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베츠는 .291의 타율과 .820의 OPS를 기록하며 지난해 막판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2개의 2루타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6번째로 많은 개수였으며, 180cm, 82kg의 작은 체구임에도 18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20홈런 타자로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견수로서 안정된 수비까지 선보인 베츠는 올 시즌 보스턴 선수 중 가장 높은 4.8의 f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라이언 헤니건의 부상으로 예상보다 일찍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디디게 된 스와이하트도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 선구안에서 다소 문제를 드러냈지만, 마이너 시절부터 주목받은 컨택 능력은 향후 3할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프로 데뷔 이후에야 정착한 포수 포지션에서 뛰어난 운동 신경을 바탕으로 수비 능력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보스턴 구단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이밖에 나폴리 트레이드 이후 본격적으로 기회를 잡은 트래비스 쇼(25)도 65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마운드에선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22)가 등장했다. 지금은 양키스에 몸담고 있는 앤드류 밀러의 유산인 그는 지난 5월 말 데뷔해 10승 6패 3.85의 평균 자책점으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21번의 등판에서 절반이 넘는 12번의 경기에서 1자책 이하, 18차례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따금씩 난타를 허용하는 약점도 노출했으나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레스터의 뒤를 잇는 보스턴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갈 가장 유력한 후보다.이처럼 보스턴은 분명 밝은 미래를 갖고 있는 팀이다. 킴브럴의 대가로 지불한 마고와 게라는 눈에 밟힐 수밖에 없지만, 돔브로스키 단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같은 포지션에 향후 10년 이상을 책임질 수 있는 보가츠와 베츠의 존재 덕분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라미레즈와 산도발의 영입으로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으려는 계획은 무산됐지만, 당장 내년 시즌 그들이 반등에 성공한다고 해도 결코 낯선 장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라미레즈와 산도발 기대감 돔브로스키 사장은 FA 시장에서 에이스 영입에도 나설 전망이다. 클레이 벅홀츠가 매년 기복을 보이는 가운데, 현재 보스턴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웨이드 마일리, 릭 포셀로 등 미들라인 급 선발진을 이끌어 줄 절대적인 에이스의 존재다. 지난해 셰링턴 전 단장의 오프시즌 움직임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이 레스터를 놓치는 등 에이스 투수를 영입하지 못했던 점이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돔브로스키의 스토브리그 움직임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보스턴의 당면 과제는 라미레즈와 산도발의 반등이다. 올해 1,975만 달러와 1,760만 달러를 수령한 라미레즈와 산도발의 OPS는 각각 .717과 .658에 그쳤다. 특히 라미레즈는 시즌 초반 102kg의 몸무게가 시즌 막판 113kg까지 불어나는 등 몸 관리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시절부터 몸무게 숫자와 시즌 성적이 반비례했던 산도발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그는 지난 6월 경기 중 SNS에 접속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재앙에 가까웠던 라미레즈의 좌익수 수비와 체중 관리 실패로 민첩성이 눈에 띄게 저하됐던 산도발의 3루 수비도 코칭스태프의 시름을 깊게 했다.지난해 보스턴은 라미레즈, 산도발의 부진과 페드로이아(32)가 부상으로 69경기나 결장했음에도 팀 득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올랐다. 이는 FA 듀오의 반등과 페드로이아가 건강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내년 시즌 보다 막강한 공격력을 갖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라미레즈가 8월 말 조기에 시즌을 마감하고 산도발이 9월 이후 11경기 선발 출전에 그쳤음에도, 마지막 29경기에서 17승을 따냈다는 점은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즌 내내 부진하던 선발진의 릭 포셀로와 조 켈리가 시즌 막판 회복세를 띠며 시즌을 마감한 점도 보스턴에겐 반가운 점이다.보스턴의 선수 구성은 다양한 연령에서 골고루 퍼져있다. 20대 초반의 베츠, 보가츠, 스와이하트, 로드리게스. 20대 중후반의 킴브럴, 산도발, 마일리, 켈리. 30대 초반의 벅홀츠, 라미레즈, 페드로이아. 그리고 내년 시즌 뒤 은퇴를 선언한 불혹의 데이비드 오티즈까지. 모두가 팀의 주축을 이루게 될 선수들이다.물론 스토브리그에서 FA 에이스 투수 영입에 성공한다 해도 내년 시즌 보스턴의 성공을 위해선 여전히 여러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젊은 패기와 노장의 관록이 공존하고 있는 현재 보스턴의 선수 구성은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구단 차원에서도 내년 시즌 1루 전향에 나설 라미레즈에게 체중 관리를 요청하는 등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변수의 최소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보스턴은 최근 연속된 부진으로 구단의 명예에 상처를 입었다. 과연 그들의 신구조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까. 내년 시즌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면 최근 2년간의 실패는 베츠와 보가츠, 스와이하트 그리고 로드리게스와 만날 수 있었던 미래를 위한 담금질의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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