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곤 예상 못 했어요. 6살 아이부터 70살 관객까지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낸 것이 행운이었죠.”

지난 7월, 중국 블록버스터 ‘몬스터 헌트’(감독 라맨 허)는 현지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무려 6500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다. 중국에서 거둔 흥행 수익 4300억 원은,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4132억 원을 넘어선 액수였다.

‘몬스터 헌트’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를 통해 라맨 허(52) 감독과 만났다. ‘슈렉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슈렉’ 1,2편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참여한 데 이어, 슈렉3의 공동 연출을 맡으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몬스터 헌트’가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면서, 첫 실사 영화 도전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실사 촬영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라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요. 배우들에게 적절히 디렉팅하는 방법도 몰랐죠. 다시 학교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스태프들, 배우들과 매일 함께 일하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이 시간은 제게 굉장한 경험이 됐죠.”

‘몬스터 헌트’는 요괴를 추방하려는 인간들과 그들의 세상에서 공존하려는 요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중국의 유명 고전 ‘산해경(山海經)’과 ‘요재지이(聊齋志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단순 흥행 기록을 넘어, 스토리나 비주얼 면에서 중국 블록버스터의 수준을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다채로운 요괴 캐릭터의 매력이다. 라맨 허 감독 역시 관객들이 영화의 캐릭터들에 매료된 점을, 박스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무를 빼닮은 ‘우바’를 비롯,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요괴 캐릭터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외모로 성격으로 무장했다. 1989년 드림웍스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입문, 다수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디자인을 만들어낸 감독의 20년 노하우가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요괴들을 불쑥 나타나 겁을 주는 존재가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 그려내는 것이었죠. 관객들이 요괴들에 호감을 갖고, 감정적으로 애착이 생기길 바랐어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요괴들의 표정이 잘 드러나도록 하다보니, 사람과 비슷하게 만드는 방법이 도움이 됐죠. 그리고 할리우드 캐릭터가 아닌,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형태를 만들고자 했어요. ”

라맨 허 감독은 ‘몬스터 헌트’의 주제를 ‘받아들임’이라고 말한다. 인간들은 단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요괴들을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고 공존을 거부한다. 실제로 요괴들이 위험한 존재인 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에겐 ‘다르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판타지 영화 속 세상은 나이, 성별, 피부색, 종교, 성 정체성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와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나, 자신과 다른 어떤 것과 싸우는 이야기는 흔하죠. 영화는 그것이 ‘요괴’인 경우예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른 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 다른 집단 사이에서 더 나은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영화의 중심 주제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모습이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내면’이겠죠. 상대방의 외관보다 내면과 친해지면,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