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 추운 겨울 전화를 걸겠다며 동전을 쥐고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누군지도 모르는 다음 사람에게 남겨준 20~30원과 전화기 위에 올려진 수화기, ‘여보세요’만 해도 70원이 떨어지는 야속함, 1만 원어치를 구매하면 1000원을 더 충전해주던 카드. 30대 이상만 공감할 수 있는, 공중전화에 얽힌 아련한 추억이다.

한때 서민의 유일한 연락수단이던 공중전화가 최근 휴대전화 보급과 함께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있다.

10일 KT링커스에 따르면 98년 14만9700대였던 전국의 공중전화부스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2008년 9만7900대, 2014년에는 7만1517대로 급감했다. 16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스마트폰시대 공중전화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거리의 공중전화부스는 비를 피하고, 숨어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됐고, 서울역 등 지하철 역사 인근의 공중전화박스는 언젠가부턴가 쓰레기통으로 변해갔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도 공중전화부스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공중전화부스 감소에 일조했다.

공중전화는 통상 인구와 거리 등을 기준으로 적정 대수를 산정하는데 2㎞당 1대였던 거리 기준을 2012년부터 시 단위 이상은 2.5㎞당 1대로, 도농복합 시ㆍ군 지역은 3㎞당 1대로 완화한 것.

그 결과 2013년 7만619대였던 공중전화는 2015년 8월말 기준 7만336대로 2년 사이에 8.2% 감소했다.

하지만 공중전화를 아예 없앨 수는 없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5420만 명인 시대지만, 저소득층과 군인 등 통신약자에게 공중전화는 여전히 유일한 통신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난 등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통신수단으로도 활용되는만큼 최소한의 시설은 남겨둬야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공중전화는 ‘업종전환’을 거듭하는 중이다.

KT링커스는 남겨둘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애물단지 공중전화부스에 자동심창충격기를 설치하거나, ATM기를 설치해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또 CCTV 설치로 범죄예방에 활용하거나 야간 조명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이다.

일부 지역에는 공중전화부스를 아예 무인도서관과 괕은 전혀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서울시는 지난 9일 사용자가 줄어 방치된 공중전화 부스를 ‘안심부스’로 바꿔 범죄 위협을 받는 시민의 대피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범죄에 쫓기는 시민이 대피한 후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사이렌이 울리는 방식이다.

이같은 공중전화부스의 변신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역 지하철 역사 인근에서 만난 시민 김유미(37) 씨는 “공중전화부스가 지저분한 채로 방치돼 도시미관을 해치는 일이 많았는데, 버릴 수 없다면 쓸모있게 바꾸는 게 좋다”며 “지자체 단위에서 제대로 관리해 활용도를 높였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