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가 대부분 작은집 밀집 비좁은 경사로·계단등 수두룩 화재땐 소방차 진입 불가능

#. 지난 1월, 경기 의정부의 10층 아파트에서 5명이 숨지고 139명이 부상을 당하는 최악의 화재가 발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4월에는 인천 강화도 글램핑장 화재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는 유난히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잇따랐지만, 9일 기자가 찾은 서울 시내 노후 주택가는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노후 주택가의 좁은 골목. 소방차는커녕 소방오토바이도 진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왼쪽 사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가운데).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골목은 군데군데 턱과 계단이 많아 진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노후 주택가의 좁은 골목. 소방차는커녕 소방오토바이도 진입하기 어려운 모습이다(왼쪽 사진).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가운데).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골목은 군데군데 턱과 계단이 많아 진입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주택 밀집지역은 한 번 화재가 나면 주변 집들도 함께 불길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는 비상소화함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에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제2의 의정부화재’에 대한 우려는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낙후 주택가에는 비좁은 경사로를 두고 작은 집들이 밀집해 있다.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의 골목길은 소방차는커녕 각 지자체가 도입한 소방오토바이도 진입하기 어려워 보였다.

돈암119안전센터 소속 박성민 소방장은 “성북구에는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라며 “불이 나면 최대한 가까이 소방차를 대고 소방관이 직접 호스를 들고 뛰어들어가서 진압해야 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곳 주택가 초입에는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상소화장치함이 설치돼 있다.

장치함은 비밀번호로 열 수 있는 굵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그러나 비밀번호를 한눈에 찾기 어려웠다. 작은 스티커에 ‘0119’라는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햇빛과 눈비에 하얗게 바래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불을 보고 당황한 사람이 금방 열고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곳 주민 안모(83) 씨는 “소방장치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면서도 “이곳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데 장치함을 열고 호스를 들고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비상훈련을 하게 되어 있지만 사실상 불이 났을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며 “홍보가 부족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곳 골목은 폭이 좁은데다가 군데군데 턱과 계단이 즐비해 소방관 진입에 더 큰 장애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한 주민은 “골목 좁은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조금 폭이 되는 소방도로에도 양옆으로 주차돼 있어 비상시에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의 길이 좁다고 집을 헐고 길을 내자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결국 소방이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고자 여러 장비를 도입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서지혜·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