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정상이 모여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논의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간 3국 정상회의에서는 3국 협력의 완전한 복원을 선언하는 등 성과를 남겼다. 이를 계기로 열린 한중ㆍ한일ㆍ중일 정상회담과 양자회담도 각국간 새로운 협력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3국 정상회의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중 양자회담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중국측이 한중 해양경계획정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한중 해양경계 획정은 양국의 중첩되는 배타적 경제 수역(EEZ)과 맞물린 문제로, 이어도와 연계된 휘발성 강한 이슈다.

그런데 청와대는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게 됐다는 등 장밋빛 내용만을 전하면서 이 문제는 쏙 빠트렸다.

개운치 않은 것은 한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경우 협력하기로 했다는 등 경제성과 위주로 발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 미중이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을 구형받은 산케이(産經) 기자 문제 등 할 말을 다 했다고 공개했다.청와대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해 국제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수습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유리한 내용은 부풀리고 불리한 내용은 감추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꼬리가 드러나 있는데도 머리를 감추려는 ‘장두노미’(藏頭露尾)에 다름 아니다.

지난달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일본측이 “한국 지배 유효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한 발언이 일본측에 의해 뒤늦게 공개됐다.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어렵사리 쌓은 외교적 성과마저 퇴색시킬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ㆍ공유한다는 ‘정부 3.0’을 내걸고도 왜 불통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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