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용어 중 ‘스테일메이트’(stalemate)라는 게 있다. 체스의 특별규칙으로 쌍방이 더 이상 둘 수 있는 수가 없을 때 무승부가 선언되는 경우다.
스테일메이트는 국제정치와 외교무대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종종 통용된다.
3년 반만에 2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스테일메이트에 처할 뻔한 한일관계에서 나름 물꼬를 튼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회복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론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70년을 기다렸는데 또 무슨 협의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아베 총리의 사죄나 유감은커녕 과거사 극복이나 아픈 역사 치유 등 원론적 언급도 없었다는 점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조기에 타결하자’도 아닌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는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뒤 위안부 문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협력 협의내용만 공개한데 반해, 일본은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된 산케이(産經) 기자 문제,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등이 논의됐다고 밝혀 한일간 간극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특히 아베 총리는 귀국 뒤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가 일한관계의 장래세대에 장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했다”며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밝혀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지를 의심케 했다.
그러나 한일간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위안부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상 차원에서 실마리를 풀기위한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을 폄하하기만은 어렵다.
‘협의 가속화’라는 지극히 외교적 수사 역시 외교백서에서 국가외교력의 총결산이자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하는 정상외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실제 한일 양국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국장급협의와 29일 차관보급협의, 그리고 1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간 외교장관회담까지 벌였지만 위안부 문제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기대를 많이 하기 힘든 상황에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이 나온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라며 “이미 10여차례 국장급협의를 통해 양국이 낼 수 있는 것은 다 내놨는데 급을 격상해 추가 협의를 하고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나머지 절반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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