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우리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이러한 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실질소득 증대 등 성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발표된 3분기 경제성장률과 지난 9월 고용동향 및 산업생산 지표 등은 모두 우리경제가 2분기의 극심한 침체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띠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부진에도 내수가 회복되면서 생산과 고용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 3분기(7~9월)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1.2%, 전년동기대비 2.6%에 달했다. 실질 국내총소득도 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경제가 전분기 대비 1.2% 성장한 것은 2010년 2분기의 1.7% 성장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취업자수는 30만명대를 회복했고, 청년실업률은 7.9%로 올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어 통계청이 집계한 9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2.4% 증가하며 지난 2011년 3월 4% 이후 54개월(4년6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회복되면서 경제가 활력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가경정(추경) 예산 집행과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그랜드세일 등 소비확대 정책으로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싸늘하기만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의 성인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체감경기 설문조사 결과 체감 경제성장률은 –0.2%로 침체국면으로 인식하고 있고, 체감 소득증가율도 –0.1%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체감실업률은 충격적이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2.4%로 1~8월 정부 공식통계 9.7%에 비해 2.3배나 높았다. 특히 고학력 남성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7.9%로 공식통계에 비해 세배 가까이에 달해 정부 통계를 무색케 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체감지표는 일정 기준 없이 소규모 응답자의 주관적 인식을 단순 평균한 수치에 불과하다며, 통계적 기법에 따라 표본을 추출하고 직접조사와 가중평균을 통해 산출하는 통계청 공식지표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은 단순한 조사방법의 차이라기보다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차이를 가져오는 근본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직장인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과 임금수준, 자영업자에게는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지표로는 경제가 나아지고 실업률이 줄었지만 성장의 질은 나빠졌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었지만 질 좋은 일자리보다는 임금이 낮고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자리 중심으로 늘어나고, 창업 이후의 사업형편이 예전만 못해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또 교육비나 월세를 비롯한 주거비, 의료비 같은 의무지출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는 점, 사회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상태에서 고령화로 노후준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경기에 대한 체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이런 괴리를 줄이고 국민들의 경기회복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경제운용 방식을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 위주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지금까지 메르스 충격을 극복하고 성장률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재정을 푸는 정책을 구사해 일단 소비를 촉진시켜 지표상 성장률을 높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성장의 질이 나빠져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와 재정적자 증가의 후유증 우려를 낳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소비촉진 후에 오히려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소비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수치상의 목표 달성에 치중하는 데에서 벗어나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 등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기 대증요법보다 미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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