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그림자 게임이 시작된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4조원대의 천문학적 피해를 일으킨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58)이 다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사망 발표에도 생존설이 끊임없이 나오던 중 그의 그림자 역할을 해 온 강태용(54)이 최근 중국에서 검거됐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사망을 전제하지 않고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단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강이 이번 주말 중국에서 송환돼 본격 조사를 받으면서 조의 생존 여부뿐 아니라 수사 무마 등을 위해 검ㆍ경을 포함한 정ㆍ관계 인사를 상대로 벌인 로비 의혹까지 사건 전반의 윤곽이 새로 그려질 전망입니다.

강과 조와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57년 경북 영천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조는 초등학교까지만 다니고 대구로 무작정 올라옵니다.

그곳에서 막노동, 도박판 허드렛일 등을 하면서 돈을 벌었죠.

어른이 돼선 과일행상을 차리기도 하는데, 이때 강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구에서 자란 강도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머니의 막일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는 형편 속에서 자랐죠.

조는 이런 강에게 동병상련을 느꼈고, 강이 말을 잘하고 눈치가 빠르다는 점도 마음에 들어 하게 됩니다.

그렇게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그러다 조는 형이 근무하던 한 다단계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단계에 눈을 뜨게 됐는데, 급기야 2004년에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BMC(Big Mountain Company)라는 회사를 차리기까지 합니다.

그러곤 강을 부사장 자리에 앉히게 되죠.

주로 자금관리를 맡겼는데 나중엔 인천, 대구, 부산에 기반을 둔 3대 유사수신 업체인 ㈜리브, ㈜씨엔, ㈜챌린 운영까지 총괄하게 했습니다.

확실한 ‘넘버 2’로 인정해 사실상 다단계 사기를 진두지휘하게 한 셈이고, 새로운 사업의 큰 그림까지 그리게 하는 등 최고 핵심 역할을 수행케 했습니다.

강은 사람을 끄는 화술이 뛰어나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직접 강사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대구 K 대학을 수석 졸업한 인텔리로 소개하면서, 100만원이 넘는 양복을 입고 에쿠스를 몰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현혹시켰습니다.

강의 본 실력은 로비에서 발휘됩니다.

2008년 사기 행각이 조금씩 드러나며 수사의 기운이 느껴지자 검찰에 포진한 고교 동창들을 지능적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대구 Y고 동기인 김모(54) 부장검사에게 사건 무마를 부탁하며 2억7000만원을 건냈습니다.

사실 강은 김 검사가 부산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했던 2007년에도 여러 차례 함께 술을 마시는 등 사전 작업을 펼쳐 왔었습니다.

또 다른 고교 동기인 오모(54) 서기관에게는 15억원이 넘는 뇌물까지 갖다 바쳤습니다.

오 서기관의 처남이 조의 다단계 회사 간부이기도 했는데, 그는 심지어 조 일당의 수사 대책 회의 멤버로도 직접 참여해 ‘수사를 피하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강은 담당 수사를 맡은 경찰 수사과 회식자리에도 버젓이 자주 나타나 스폰서 역할까지 했습니다.

그후 수사 압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강은 2008년 10월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별탈 없이 중국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뒤를 봐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두달 뒤 조가 밀항을 통해 중국으로 왔고, 현지에서 이를 도왔습니다. 이때 강의 동생 강호용(47ㆍ티이엔 이사)도 함께 건너옵니다.

강 형제와 함께 최천식(58ㆍ티이엔 대표이사), 황병수(57ㆍ티이엔 감사)는 조의 ‘핵심 4인방‘입니다.

강은 중국에서 조의 호화 도주 행각을 도우면서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 다녔습니다. 쓰지 않던 안경을 쓰고 쌍꺼풀 수술까지 해서 인상착의를 바꾸려고 했죠.

강호용과 최천식은 도주 3년만인 2011년 12월께 중국에서 검거됐고, 황병수는 이듬해 자수 형식으로 2012년 5월에 국내 송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희팔 사건의 실체 규명엔 역부족이었단 평가가 나왔죠.

그런데 이번에 4인방 중 ‘키맨’이라 할 수 있는 강이 검거됨에 따라 검찰과 경찰 모두 긴장 속에 조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한편 일각에선 강이 한국에 돌아와 조 사망이 확실하다고 할게 분명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조 사망을 못 박기 위해 일부러 잡혔다는 말도 나오기 때문이죠.

어쨌든 그림자가 밟혔습니다. 실체가 드러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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