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ㆍ인사 시스템 마비” vs “알고도 눈 감았나” 검찰 서기관 승진하고 총경 진급자 이름 올리고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사진>의 검은 돈을 받은 검찰과 경찰 인사들이 재직 기간 중 하나같이 승승장구해 감찰ㆍ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 사단의 2인자로 국내 송환을 앞둔 강태용(54)의 고교 동기인 김모 전 검사는 2006년부터 강태용에게 로비를 받았다. 김 전 검사는 조희팔 사건 수사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2008년 4월 조씨 측에 변호사 선임을 알선해 주고 그해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차명 계좌를 통해 2억7000만원을 받았다.
친구이자 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을 접촉할 무렵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이던 그는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을 거쳤다. 이어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를 맡는 등 순탄한 길을 걸었다. 경찰이 조희팔 은닉 자금 추적 과정에서 김 전 검사의 차명 계좌에 거액이 입금된 정황을 파악한 2012년 11월까지 3년 넘게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했다.
검찰 인사 시스템의 부실은 15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오모 전 검찰 서기관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강태용의 고교 1년 선배인 오 전 서기관은 2008년부터 5년여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현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5억7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오 전 서기관은 뇌물 액수도 액수지만 5년 동안 끊임없이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검찰 조직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그는 뇌물 수수 사실이 적발되기는 커녕 한창 거액을 받아 챙기던 2012년 6월 검찰 수사 서기관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의 권모 전 총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소된 권 전 총경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희팔 측에서 9억원을 받았다.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 여 전으로 경찰이 조희팔을 본격적으로 수사하던 시기다. 조희팔의 돈 9억원을 받기 직전인 그해 7∼8월엔 주변 사람들에게 ”비상장 회사 주식을 사면 곧 상장돼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더구나 조희팔의 검은 돈을 받은 5개월 뒤인 2009년 3월 대구경찰청에서는 3명밖에 안 되는 총경 진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그가 조희팔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청이 내사에 착수한 건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2012년 1월이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의 고위급 간부들이 오랜 기간 부정한 거래를 일삼았는데도 해당 기관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바람에 조희팔 일당은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숨긴 채 유유히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 전직 수사기관 종사자인 A씨는 ”검찰과 경찰이 내부 고위 직원의 비리를 몰랐다면 자체 감사 시스템이 마비된 것이고, 알고도 눈을 감았다면 사기 행각에 동참한 중대한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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