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에 따라 공공기관의 내년 임금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것은 노사정 합의 훼손이란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정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우 정부와 노동계가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공공기관의 내년 임금인상률을 절반으로 깎는 등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확정, 발표하자 노동계는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며 대화를 중단키로 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협의 중에 일방적으로 결정해 발표했다”며 “이는 충분히 협의해 나가기로 한 노사정 합의에 어긋난 것이고, 더 이상 협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사안이고, 도입 방식도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를 했다는 입장이다.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이번 결정은 공공노련 측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것이고 지금도 협의 중에 있다”며 “노사정 합의 훼손이란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공노련이 협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별도로 구성된 협의체도 해체된다. 공공노련은 이번 결정에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임금피크제 미도입 공공기관의 임금인상률 제한은 불가피해졌다.
기재부는 연내 모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 시기에 따라 총 인건비 인상률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모든 공공기관은 내년 임금인상률이 절반으로 깎인다. 산업은행, 강원랜드 등 기타공공기관은 올해 11∼12월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늦어지면 임금인상률의 25%, 올해를 넘기면 50% 삭감된다.
공공기관이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게 되면 향후 지속적으로 삭감된 인상률이 적용돼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데 내년 공공기관 연봉 인상률이 공무원과 같은 3.0%로 결정되면 임금피크제 미도입 기관의 인상률은 1.5%가 된다. 한 달 평균 임금이 5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내년에 3%가 적용된 15만원의 임금이 오르지만 연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7만5000원으로 절반이 깎이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삭감된 인상률이 적용돼 근로자의 불이익은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성과급도 삭감되거나 못 받을 수 있다. 기재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별로 경영평가 때 가점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착 노력에 1점, 제도 적합성에 1점, 도입시기별로 7월 1점, 8월 0.8점, 9월 0.6점, 10월은 0.4점으로 차등화하는 방식이어서 기관에 따라 최대 3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경영평가에 3점을 덜 받게 되면 등급이 최대 두 단계 떨어질 수 있고, 하위 등급일 경우 성과급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