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김승진 오빠 아니에요?”(신봉선)
“승진이 형은 저렇게 노래 못해”(김창렬)
“승진아, 너 노래 왜이렇게 잘 하니?”
80년대 원조 하이틴스타 김승진에게 ‘복면가왕’은 30년 만에 편견을 벗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시절 아이돌과 동의어였을 ‘하이틴스타’의 가창력에 대한 편견이다.
지난 20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선 ‘윙윙윙 고추잠자리’와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의 1라운드 듀엣 대결이 진행됐다. 김추자의 ‘무인도’를 그들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무대에서 연예인 판정단은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김구라는 “이 두 사람의 무대는 경합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무대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 무대”라고 했고, 김종서는 “그렇게 느낀 이유는 두 분은 음악적 경력이 풍부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배려와 하모니를 아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경쟁이 아닌 조화로움으로 만든 무대는 김종서 김형석 등 전문가들에게도 놀라움을 줬다.
단 세 표차로 가면을 벗게 된 쪽은 ‘황금박쥐’였다.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을 부르며 김승진의 얼굴이 공개되자 판정석엔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주인공의 등장이었다.
1984년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김승진은 이듬해 ‘스잔’이라는 곡을 통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 시절 ‘오빠부대’를 몰고다닌 주인공이었다. 앳되고 맑은 목소리와 깔끔 외모로 지금의 아이돌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모았던 김승진은 동료가수 박혜성과 가요계를 양분했다. 인기는 정상이었으나, 김승진에겐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편견이 도리어 판정단을 통해 나왔다.
“와! 승진이 형이야” 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김창렬을 비롯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지화면을 연출한 김종서뿐 아니라 연예인 판정단은 김승진의 무대를 역대급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김형석은 “승진아 너 왜 이렇게 노래를 잘 하니?”라며 놀라워했고, 신봉선은 김창렬에게 “혹시 김승진 오빠 아니냐”고 조언을 구했다가 “승진이 형은 저렇게 노래 못한다”는 말에 자신의 판단을 접은 것을 억울해했다.
감성적이고 말랑말랑한 노래, 소위 말하는 ‘여고생 취향’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김승진이 살아온 시간과 함께 ‘진화’를 거듭했다는 것이 김종서의 평가였다.
‘복면가왕’은 첫 방송 이후 내내 출연자들에게 덧씌워진 갖가지 편견을 들춰내는 역할을 했다. 과소평가됐던 수많은 아이돌 가수들이 실력으로 재평가됐고, 실력파들에겐 스스로를 향한 질문에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김승진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고, 지금은 ‘동굴이 지쳐서 나온’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어린 나이에 정점에 올라봤던 스타는 꽤 오랜 세월 앨범 한 장 발매하지 못했다. 세상에 알려진 김승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스잔’을 부르던 소년의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노래를 향항 열망을 안고 있었지만 보다 진화한 목소리를 들려줄 기회는 없었다.
김승진은 방송에서 “가수가 빨리 되면 음반이 몇 개월 만에 나오기도 하는데 일이 잘 안됐다“며 ”그런 상황이 계속됐다. 2년이 되도, 6년이 되도, 7년이 되도 안 나왔다. 10년째 녹음만 하다 보니 혼자 지내게 됐다”고 말했다. 한 때는 최고의 스타였기에 세상의 기대치도 높았고, 스스로의 목표치도 높았다. 그는 “어릴 때 큰 인기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대로 사람이라면 예전 그 이상을 하고 싶어한다“며 ”그런데 세월이 흘러 알게 됐다. 조건과 상황 없이 내 갈 길을 가겠다. 평생 음악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올 가을 앨범 발매 예정인 원조 하이틴 스타의 귀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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