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거칠 것 없어 보이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김 대표 둘째 사위의 마약 범죄에 대한 형량 문제가 불거지며 ‘형량 봐주기’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사위와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지난 10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위가) 재판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이 내용을 알게 됐다”며 “결혼 전에 관련 사실을 알고 파혼을 권유했으나 딸이 결혼을 고집해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고 해명했다.
발빠른 대응으로 의혹이 들불처럼 번지는 것은 막았다. 또 김 대표가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재력가의 아들이기도 한 집권 여당 대표의 사위가 2년간 15차례나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등 마약을 투약했음에도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사법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따라 ‘형량 봐주기’ 논란은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김 대표는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포털의 공정성 문제 등 현안에 보수색 짙은 메시지를 내놓으며 보수세력 결집을 이끌어왔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또 지난 7월말 방미 중에는 ‘과공비례(過恭非禮)’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한미혈맹’을 강조했고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긍정의 역사관’을 역설하며 보수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는 총선 승리를 통해 흔들림 없는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포석이라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형량 봐주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도덕적 보수’를 주창하던 김 대표의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자꾸 부정적인 ‘패밀리 이슈’가 부각되는 것 자체가 김 대표에겐 악재임에 틀림 없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대표가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배 본부장은 김 대표가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5%로 1위를 차지한 갤럽 여론조사를 인용하면서 “1위라지만 유력한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 곡선이라고 보기엔 힘들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50%와 당 지지율 44%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배 본부장은 또 “마약이란 부분이 잠재적 지지층에게 매우 예민하고 부정적인 대상이 된다”며 “상징적인 거부감 자체가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마약이 가진 부도덕한 상징성 탓에 보수층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수신제가(修身齊家)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느냐는 인식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김 대표의 존재감은 당과 대통령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개헌 이슈가 나올 때도 보면 김 대표의 자발적인 목소리의 확장성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자체적인 지지율 성장 동력 발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악재가 다가올 때 돌파할 수 있는 여지가 협소하다”고 평가했다.
배 본부장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김 대표의 해명에 대해서는 “정치적 대응 전략은 옳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지지층에서는 사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가라앉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11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김 대표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1%포인트 차로 선두를 달리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에서 각각 15%를 기록,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여론 조사에는 김 대표 사위의 마약 투약 혐의 사실과 ‘형량 봐주기’은 반영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