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금리 낮으니 월세 선호 전세매물 지속적 감소 악순환
수도권 전세 3년새 13.7%P 올라 하우스푸어서 이젠 ‘렌트푸어’로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4억3500만원(2층)에 팔렸다.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한달도 못돼 층수만 다른 아파트 전세가 4억3000만원(15층)에 나갔다. 역전되기 일보직전이다. 인근 스피드뱅크정보공인 관계자는 “전세는 물건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전세대란이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높은 기현상이 심심챦게 나타난다. 원래 전세가율이 높은 수도권에선 놀랄일도 아니다. ▶관련기사 4면
단기간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전세버블’ 에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실수요 전세거래지만 세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전세대출’까지 비정상적으로 뛰었다는 의미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지원으로 전세자금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무리한 전세자금 대출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 준 전세보증금 총액은 301조원이며, 이중 수도권에만 236조원의 전세보증금이 묶여 있다. 이중 33조원이 대출을 통해 조달됐는데, 최근 각종 전세 대출 활성화 정책으로 더 급등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장은 “100만가구 이상의 ‘하우스푸어’(과도한 대출로 집을 사 생활이 어려운 주택보유자)가 최근 몇 년간 전셋값 상승으로 대출을 갚고 이자 부담을 줄였다”며 “하우스푸어 부담을 결국 렌트푸어(과도한 전세자금 대출로 생활이 어려운 계층)가 나눠진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만약 집값이 하락한다면 하우스푸어뿐만 아니라 렌트푸어까지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또 있다. 저금리와 저물가의 역습이다. 금리가 낮으니 집가진 사람들은 전세보다 월세 전환을 선호한다. 1억원을 은행에 예금해봐야 2%도 안되는 금리에 세금까지 떼면 한달에 10만원좀 넘는 수준이다. 5억원 전세보다 100만원 월세가 낫다는 얘기다. 전세 공급이 줄어들게 뻔하다. 전세가 상승요인이 되는 셈이다.
전세가 오르면 매매로 돌아서는게 상례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대한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전환 수요가 예전같지 않다. 그러니 전세는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 공인 부동산 시세 작성기관인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월간 기준 2012년 9월 이후 지난 8월까지 36개월간 쉬지 않고 올랐다. 3년간 25.21%나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2억5500만원 수준이므로 평균 6400만원 정도 뛴 셈이다.
같은 시기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06% 오른데 그쳤다. 매매가격 상승폭은 물가 상승률 수준에도 못 미치는 데 전세가격은 고공행진을 하니 전세가율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3년 전 58.4%에서 지난달 기준 72.1%까지 13.7%p나 뛰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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