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 직장을 다니며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출산, 육아 등으로 퇴직한 경력단절 전업주부가 장애를 입거나 사망했을 때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문이 넓어진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업주부 등 적용 제외자가 국민연금을 내지 않은 기간에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더라도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완화된다. 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제출했으며, 9월 정기국회 심의를 거쳐 통과하는 대로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어떻게 변하나=지금까지는 경력단절 전업주부 등 적용제외자는 일을 그만두기 전에 성실하게 연금 보험료를 냈더라도 적용제외 기간에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연금을 받지 못했다. 또 적용제외기간에 숨지더라도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지 않았으면 가족이 유족연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적용제외기간에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더라도 ▷18세 이상부터 초진일(유족연금은 사망일)까지의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 보험료 냈거나 ▷초진일(유족연금은 사망일)로부터 최근 2년간 1년 이상 보험료를 냈고 ▷초진일과 관계없이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는 등 3가지 요건중 하나만 충족해도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받게 된다.
▶사례별로 살펴보면=예컨데, 22세부터 30세까지 8년간 직장을 다니며 국민연금 가입했다가 31세에 육아에 전념하고자 직장을 그만둔 35세의 경력단절 전업주부 A씨의 경우 최근 병원에서 2급 장애 판정을 받았지만, 적용제외자로서 적용제외기간에 장애를 입었기에 장애연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이 주부는 가입대상기간(22~35세) 13년 중에서 8년간 보험료를 냈기에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 보험료 납부 요건’에 해당해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40세에 취업해 40세부터 42세까지 2년간 일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던 1년뒤인 43세에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B씨도 무소득배우자로서 적용제외자이기에 현행 규정으로는 장애연금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 ‘장애진단 받은 날로부터 최근 2년간 1년 이상 보험료 납부요건’을 충족하기에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대학재학 중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은 22세의 D씨는 대학졸업 후 취직해 10년간 열심히 일하던 중에 증상이 악화해 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현행법 아래서는 장애연금 수급대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D씨가 직장에 다니며 10년 이상 성실하게 보험료를 낸다면, 보험료 납부기간이 10년째 되는 날로부터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혜택받고 사각지대는=복지부는 장애·유족연금 수급 기준 개선으로 장애·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수급자가 1564만명에서 1955만9000명으로 390만명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장애 발생 비율을 고려할 때, 실제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현재보다 연간 2150명,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연간 4240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민으로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강제 가입이기에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 강제 가입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이들이 있는데, 적용제외자라 부른다. 18~27세 무소득자(학생, 군인 등), 다른 공적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전업주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년이상 행방불명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실질적으로 가입하지 않아 노후에 연금혜택을 받지 못하고 노후보장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