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지난 달 31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세 소식을 알렸다. 2012년 5월, 소아과 의사 프리실라 챈과 결혼식을 올린 저커버그는 이로써 3년만에 아빠가 된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설렌다. 초음파 사진 속 딸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좋아요’ 표시를 했는데 나를 닮은 게 확실하다”며 벌써부터 ‘딸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어렵게 얻은 2세인 만큼(저커버그는 아내가 세 차례 유산을 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태어날 딸과 보낼 시간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회사의 CEO이자 초보아빠가 되는 저커버그도 과연 ‘육아휴직’을 할까? 한다면 몇 일이나 주어질까?

젊은 아빠들을 위한 생활정보 사이트 ‘Fatherly.com’은 지난 4월, 와튼 스쿨 및 페어리디킨스대 경영대 교수들과 함께 미국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제를 조사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페이스북 직원은 17주간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 물론 유급휴직이다. 여기에 더해 4000달러가 양육비로 지급된다. 페이스북의 복지 혜택은 구글과 더불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만약 저커버그가 육아휴직을 택한다면 약 4개월 이상 회사를 비우게 된다. 반면, 캘리포니아대학교병원에 근무 중인 아내 챈은 6주간 유급휴직할 수 있으며 무급으로 12주를 더 쉴 수 있다. 유급휴직 규정만 놓고 보면 아내보다 저커버그가 더 긴 시간을 집에서 딸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구글도 12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아내보다 양육부담이 더 높은 남성들은 18주까지 쉴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어도비는 16주, 마이크로소프트는 12주, 트위터는 10주, 링크드인은 6주를 아빠들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으로 정해놨다.

이처럼 복지혜택은 잘 마련돼 있지만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는 문화는 아직까지 완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일에서 손을 떼고 장기간 휴직을 내는 것에 동료 직원들 눈치를 보거나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에 저커버그 부부의 2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선 ‘남자들이 당당히 육아휴직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저커버그가 반드시 육아휴직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영국의 한 기업 오너는 파격적인 육아휴직제를 내놨다. ‘괴짜 억만장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브랜슨은 런던 본사나 대형 지사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무려 52주간 월급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무경력이 4년 미만인 직원은 월급의 25%를 보장하기로 했다. 자녀를 입양한 가정에도 혜택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국가가 보장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더 화제가 됐다.(영국은 법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50주로 규정. 이 중 37주만 유급)

브랜슨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나도 아버지이자 세 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로서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그 황홀한 기분을 잘 안다. 또 그만큼 아이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며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오너가 직원들을 돌보면 직원들도 사업을 돌봐줄 것”이라는 게 브랜슨의 생각이다.

그는 작년 12월 딸 홀리가 쌍둥이를 낳은 데 이어 올 2월 아들 샘도 딸을 낳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식구가 더 늘어난 기쁨을 한껏 드러내왔다. 주요 외신은 브랜슨이 회사의 육아휴직제를 전면 개편하게 된 계기도 바로 ‘손주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탓에 미국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구글과 페이스북의 육아휴직제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달 4일엔 미국의 한 IT기업이 브랜슨의 파격 못지않은 수준의 육아휴직제를 발표했다. 억만장자 리드 해스팅스가 이끄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이야기다. 넷플릭스는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간만 놓고 보면 미국 기업들 중 최고 수준이다.

업무 복귀 후에도 육아를 위해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거나 필요하면 다시 휴가를 낼 수 있게 했다.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도 유급 육아휴직을 종전 8주에서 12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직이 잦은 IT업계 특성상 오너들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처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다시 손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의 여성부호 중 한 명인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과거 ‘출산 후 조기출근’으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2012년 7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야후 CEO에 부임한 그는 3개월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출산한 지 2주 만에 바로 출근해 여성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출산휴가를 제대로 가지 않고 일을 계속해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메이어는 출산한 여성이나 아내가 출산한 남성직원 모두 출산휴가를 8주씩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내놨다. 현재 야후는 16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입양이나 대리모, 양자 등으로 자녀를 얻은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