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한국의 발효음식 중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바로 한국 고유의 전통술이다. 옛부터 조상들은 전통술을 단순한 기호음료라 여기지 않았다. 음식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술은 마시지 않는다며 먹는다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옛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우리 전통술은 일제강점기에 전통술의 근간인 가양주를 전면 금지하면서 수난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 또 광복이후에는 식량부족을 들어 대대적인 밀주 단속이 벌어지면서 그 맥이 끊겼다. 하지만 내년부터 일반 음식점에서도 ‘하우스 막걸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전통주는 쌀이나 곡식, 누룩, 물을 기본 원료로 발효시키는 발효곡주가 대부분이다.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품격과 낭만을 더했던 한국의 전통술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름도 생소한 삼해주(三亥酒). 삼해주는 주로 서울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선물했던 서울의 술이다. 삼해주는 역사가 깊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가 1168년에 쓴 ‘동국이상국집’에도 등장한다. 조선시대 문헌인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동국세시기’ 등에도 등장한다. 20세기 초에는 술도가가 밀집해 있던 마포나루 부근의 공덕동과 아현동에서 많이 빚어지던 술이다.
삼해주는 고려때부터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술이다. 조선초기 서거정의 문집 ‘태평한화(太平閑話)’에는 “죽으면 삼해주 맛을 못볼 터이니 죽기 싫다”고 떼쓰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사랑을 받던 국민주다.
삼해주는 글자 그대로 12지간의 마지막 날인 ‘돼지날’을 택해 세 달 동안 빚는다. 집안에서 가장 손맛이 뛰어난 며느리가 100일 기도하는 정성으로 빚는 술이 삼해주다.
사대부 집안과 궁중에서 즐겨 먹었던 삼해주를 빚는 방법은 다양한 문헌에 전해온다.
17세기 실학자 홍만선이 쓴 농서 겸 생활서인 ‘산림경제’에는 “정월 첫 해일에 찹쌀 한 말을 백번 씻어 가루로 만들어 묽은 죽을 쑤어 식힌 데에다 누룩가루와 밀가루를 한 되씩 섞어 독에 넣고, 다음 해일에 찹쌀과 멥쌀 각 한 말을 백 번 씻어 가루로 만들고 이것으로 술떡을 푹 끓여서 술밑에 섞고, 또 세 번째 해일에 백미 다섯 말을 백번 씻어 떡으로 찐 후 식힌 것을 끓인 물 세 양푼에 풀어서 다시 덧술해 3개월 동안 익혀 낸다”고 기록돼 있다.
삼해주는 숙성기간이 길어야 맛있는 술이고 건강주가 된다. 삼해주는 봄에 마시는 술이란 의미로 춘주, 백일주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5대 명주 중 하나인 삼해주는 온도변화에 민감해서 겨울철에 밎어 봄에 마시는 게 좋다.
적당량의 삼해주를 장복하면 소화불량이나 속병 같은게 어느 정도 개선되며 잠자기전 한 두잔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