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세그웨이, 혁명적인 교통수단” 수백만달러 투자 -레이쥔, 세그웨이 인수한 中나인봇에 8000만달러 투자 -전기차의 선두주자, 르노-닛산 ‘트위지’ 유럽서 인기 -정몽원, 체인없는 전기자전거 ‘풋루스’ 대중화에 앞장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앞으로 도시의 풍경을 바꿔놓을 혁명적인 교통수단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2001년 등장한 서서 타는 운송수단 ‘세그웨이’(Segway)를 평가한 말이다. 그는 당시 세그웨이가 인터넷보다 더 혁신적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칭찬을 하며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세그웨이는 2001년 미국의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한 바퀴가 두 개 달린 T자 모양의 전기 스쿠터다. 세그웨이는 스스로 균형을 잡는 지능적인 메커니즘을 활용해, 탑승자가 균형을 잡고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몸을 앞뒤로 기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전진하거나 방향 전환, 정지가 되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원조 인수한 짝퉁=세그웨이는 ‘개인 이동기구’(Personal Mobility) 시장을 연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세그웨이가 미래의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전망과 달리 실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막상 실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차도에서는 너무 느리고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부피도 컸다.

더구나 10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에 세그웨이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결국 세그웨이는 경영 실적 하락세로 소유주가 여러차례 바뀌었고, 올해 4월 전기스쿠터 후발주자인 중국의 ‘나인봇’(Ninebot)에 인수됐다.

나인봇은 세그웨이의 이른바 ‘짝퉁’을 만들던 업체다. 2012년 중국 로봇 엔지니어들에 의해 설립된 나인봇의 제품은 세그웨이와 매우 흡사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해 말 세그웨이는 “자사 제품을 베꼈다”며 나인봇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나인봇은 아예 세그웨이를 사버려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 인수의 이면에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軍) 회장이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10월 투자업체 세콰이어캐피탈과 함께 나인봇에 8000만달러(한화 약 950억원)를 투자했다. 샤오미는 현재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데,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12월 11억달러의 투자자금 유치에 성공한 이후 공기청정기와 혈압 측정기, 체중계, 스마트전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만물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짝퉁’ 나인봇의 인기는 ‘원조’ 세그웨이의 인기를 넘어선 상황이다. 다리에 끼우고 타는 외발형 전기스쿠터 ‘나인봇 원E+’은 출시 후 단시간 내 시장을 독점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그웨이와 달리 나인봇은 무게가 가볍고 상대적으로 저렴해 익스트림용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나인봇 원E+의 가격은 109만원으로 세그웨이 i2(1150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처럼 전기스쿠터 시장을 선점한 나인봇은 2017년 중반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교통체증을 해결할 도심형 이동수단 ‘트위지’=세그웨이로 통칭되는 전기스쿠터 외 대표적인 개인 이동기구로는 소형전기차와 전기자전거가 꼽힌다. 이 기구들은 주로 도심이나 실내 이동수단으로 이용된다.

이처럼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미래 이동수단의 가장 큰 장점은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개인 이동기구의 완충 시간은 각 제품마다 2~8시간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전기 충전에 대한 유지비는 하루 100~2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개인 이동기구 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 세계 각 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글로벌 개인 이동기구 시장은 5000만대 수준이며 2020년에는 1억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가지 미래형 이동수단 중에서도 소형 전기차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날씨와 사고위험이 큰 다른 개인 이동기구와 달리 소형 전기차는 노약자의 이동, 배달 서비스 등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형전기차 중에서는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트위지(Twizy)가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트위지는 2012년 출시 이후 유럽에서만 1만5000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1∼2인 초소형 전기차다.

트위지는 일반 승용차 크기의 3분의 1에 불과한 작은 차체와 안정성을 갖춰, 교통체증을 해결할 도심형 이동수단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고 시속이 81㎞/h에 이르는 트위지는 중거리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판매가는 유럽에서 900만원 정도다.

르노-닛산은 2009년 르노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2014년 회장 자리에 오른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의 주도로 소형전기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기차 개발에 투입한 자금만 50억유로(한화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소형전기차의 미래 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전기차는 지구가 당면한 기후변화와 도시 매연을 해결할 가장 합리적인 운송수단”이라며, 2020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르노-닛산은 전 세계 전기차 2대중 1대를 판매할 정도로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차 누적판매 25만대를 달성했으며, 총 6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체인없는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유럽과 북미 등에서는 친환경 장점이 부각되면서 전기자전거의 판매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전기자전거 세계보고서(EBWR)에 따르면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규모는 2012년 30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685만대로 판매가 늘었고, 올해 4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기자전거 시장을 열었던 제품으로는 자동차부품기업 만도(Mando)의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풋루스(Footloose)가 꼽힌다.

만도풋루스의 특징은 페달과 바퀴를 잇는 체인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반드시 밟아야 하고 배터리는 힘을 더하는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

그러나 만도풋루스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배터리의 힘만으로 움직인다. 특히 페달을 함께 사용하면 배터리가 충전돼 주행시간이 늘어난다. 페달을 밟으면 1회 충전 기준으로 평지를 60~70㎞ 갈 수 있다.

만도 풋루스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1997년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진두지휘하며,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제품이다. 정 회장이 직접 1세대 풋루스의 연구개발부터 판매, 수출을 챙겼을 정도다.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동생인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2남이다.

풋루스는 전기자전거라는 특성과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가격에도 지난해 1500대 이상 판매됐다. 해외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면세점을 비롯해 유럽지역 고급백화점 7개점에 입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세대 버전인 풋루스 IM(아이엠)을 출시했다. 1세대 모델(447만원)보다 60% 이상 가격이 떨어진 286만원에 판매해 전기자전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2세대 풋루스를 통해 전기자전거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가격을 낮춘 이번 신형 모델은 올해 2000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