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을 포함해 10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했던 거물급 피고인이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생겼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해상작전 헬기 ‘와일드캣’ 도입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양(62) 전 보훈처장의 얘기다.
김 전 처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에 사건이 배당되자 담당 재판장의 고교 선배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법원은 ‘형사재판부와 연고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사건을 재배당한다’는 방침에 따라 재판부를 전격 교체했다. 그러자 ‘힘 쓰기 어렵게 됐다’고 느껴서인지 변호인단은 줄줄이 사임했고 결국 국선변호인이 타의로 선임된 것이다. 김양씨는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의 손자이다.
‘성완종 리스트’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담당 재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 8명을 선임했다가 논란이 일자 선임을 취소했다. 이완구 전 총리 역시 담당 재판장과 연수원 동기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재배당했다.
김구 선생의 손자가 나라를 구하자는 일에 뒷돈을 받고, 각각 거대 여당의 대표와 일국의 총리를 지낸 인사가 불법적인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도 창피한 일인데, 구태의연하게도 전관예우에 실낱같은 명예회복의 끈을 잡아보려는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다.
주지하다시피, 전관예우 등 ‘인맥 수사ㆍ인맥 재판’은 거악의 형벌을 축소하고, 부정을 죄없음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나라 법 질서를 해치는 원흉이다. 이같은 적폐를 없애기 위해 숱한 규제법이 만들어지고, 그 같은 관행으로 과도한 수입을 올린 인사들이 총리나 장관 후보에서 낙마하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 맑기를 기대해 볼수 있다. 법원이 이번에 사회지도층 피고인들에게 내린 조치는 매우 정당하고 환영할만 하다.
그러나 갈길은 멀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부탁하는 ‘전화변론’ 등 날로 교묘해지는 전관예우 꼼수를 막으려면 연고자 변호인과 판사 간 기피 제도 뿐 만 아니라, 변협, 대검 감찰부 등과 협력해 보다 촘촘한 대책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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