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립고 교사들의 경악스런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던 서울시교육청이 감사 도중 불거진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고 외부 기관인 감사원의 정식 감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성추행 사건을 엄중히 조사해야하는 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오히려 내홍에 휩싸이면서 해당 고교에 대한 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공정성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시교육청 감사관은 이미 음주 감사, 폭언 등의 부적절 행위에 대해 상당 부분 인정했다. 이같은 내홍의 본질은 개방형 공무원으로 임명된 개혁 성향 감사관에 대한 기존 직원들과 충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곧 2심 선고를 앞둔 조희연 교육감 체제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반발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성추행 가해 교사와 친분이 있는 직원의 축소 감사 의혹, 감사실 직원의 유치원 비리 은폐 의혹 등은 정황만으로 고교 성추행 사건 만큼이나 추악한 교육계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시교육청은 내홍을 해결하는 과정도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지난 10일 자체 특별조사팀을 꾸려 의욕적으로 조사를 시작한지 단 2일 만에 다시 외부 기관인 감사원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게 그 단적인 예다.

“공정성 담보를 위해 외부 위원을 포함한 특별조사팀이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던 시교육청은 이틀 뒤 “자체 조사만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가 미진할 수 있다는 여론을 반영했다”며 물러섰다.

물론 시교육청이 급선회한 진짜 이유는 감사관이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시교육청의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론을 예측하지 못했든, 기본적 법률 규정을 파악하지 못했든 결국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13일 오후엔 교육부 차관 주재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가 열린다. 교원 성범죄를 막기 위해 더욱 강화된 법률 개정안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은 전날 문제의 고교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신임 교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후속 조치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작금의 상황에 대한 교육계의 뼈저린 자성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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