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검찰이 경북 상주 ‘농약 음료수’ 살인사건 피의자 박(83·여)씨를 13일 구속기소했다.

12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이후 공소 제기를 위한 광범위한 수사를 펼쳐 A씨의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행동·심리분석 조사에서 박씨의 진술이 ‘명백한 허위’로 나온 것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가 법정에서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99% 정도의 신뢰성이 있고, 사건 발생 직전이나 직후의 정황을 입증할 만한 보충 증거가 충분해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이후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피의자 박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증거제시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드링크제 병, 사이다 페트병, 살충제 병 등에서 박 할머니의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고, 친구처럼 지내온 할머니들을 살해할 뚜렷한 동기가 없는 점을 제시했다. 검찰은 박 할머니의 상의, 바지 주머니 밑단을 비롯해 전동스쿠터 손잡이, 바구니 지팡이 등에서 광범위하게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점을 들며 범인이 아니고선 이렇게 많은 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변호인은 또 다른 진범이 스쿠터 손잡이에 살충제를 묻혀놓아 박 할머니가 만진 부위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당일 박씨의 수상한 행적과 오락가락한 진술 등으로 미뤄 ‘죄가 없다’는 말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1시30분 집을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마을 CC(폐쇄회로)TV를 통해 “A씨가 오후 1시9분 집에서 나와 마을회관 반대편으로 갔다”는 것을 밝혀냈다.

박씨가 사건 당일 평소 다니던 길이 아니라 마을회관 반대쪽으로 간 것은 3년 전 농지 임대료 문제로 다툰 적이 있는 B씨의 집을 사전에 살펴봤을 것으로 검찰은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박씨 가족은 “고령의 노인이 며칠 전의 일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겠느냐”며 “검찰이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또 검찰은 박씨의 상의와 바지 주머니, 밑단, 전동스쿠터 손잡이와 바구니, 지팡이 등 여러 곳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너무 많은 곳에서 농약 성분이 나와 박씨가 범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씨 측은 “농약 성분은 사고 당시 할머니들의 입에서 나온 거품을 닦아주다 묻은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거품과 타액 등에서는 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독성 살충제 급성 중독에 의해 분비된 타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119구급대의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박씨의 수상한 행동도 의혹을 사고 있다.

사건 당일 마을회관에 모인 할머니 6명은 농약이 든 음료수를 꺼내 마셨고, 이후 할머니들은 구토와 함께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이들 중 신모(65)씨만 자리에서 일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문밖으로 나와 쓰러졌고, 당시 박씨는 신씨를 뒤따라 나왔다.

신씨와 함께 있던 박씨는 119구급차가 마을로 들어서자 몇번 힐끗 쳐다만 보고 다시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다.

3분쯤 지나 신씨를 태운 구급차가 마을회관 입구를 빠져나가자 박씨는 회관 앞 계단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찰은 사건 당일 박씨가 신고하지 않은 점, 119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다른 피해 할머니들이 있다고 적극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고령이라 하더라도 다급하고 위급한 상황에서 A씨가 상식 밖의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 측 변호인은 “다시 마을회관으로 들어간 것은 다른 할머니들의 거품을 닦아주면서 사람들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해 기다리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박씨의 혐의에 대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범행동기와 농약 구입 경로 및 구입 시점 등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상태다.

고독성 농약을 음료수에 섞어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트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지난달 27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현재 김천교도소에 이감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