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결과: 화성 히어로즈 4-5 고양 다이노스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는 요즘, 아마 공룡가족들은 그 누구보다도 더 답답할 것이다. 그간 힘찬 질주를 해온 NC다이노스가 연패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 원인은 자명하다. 토종 선발투수 부족, 휴식일 없는 시즌을 처음 보내는 선수들의 체력관리 문제가 현실로 드러났다. 시즌 초반부터 이를 염두에 둔 선수기용을 해왔지만 무더위가 절정인 시기에 고름이 터졌다. 공룡가족들도 이 상황이 손 놓고 있다가 당한 위기가 아니란 건 잘 안다. 하지만 연패에 빠진 팀을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는 공룡가족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힘이 되는 소식을 가져왔다. 8월 1일 마산에서 히어로즈를 꺾었던 공룡군단보다 1시간 먼저 고양에서 히어로즈를 꺾은 공룡군단 이야기다. ‘두 번째’가 아닌 ‘또 하나의’ 공룡군단
지난해까지 C팀(NC 다이노스 퓨처스팀)은 고단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홈구장 신축 문제가 길어지며 C팀과 잔류군이 머물 퓨처스리그 경기장을 급히 찾아야만 했다. 지난해 포항의 도움으로 포항구장을 사용했지만 마음은 편치 못했다. 포항구장이 삼성의 제2구장이자 경북지역 학생야구 경기장 이였기에 내 집보다는 세 들어 사는 집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마산구장에서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곳이기에 공룡가족이 응원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연치 않게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됐다. 지난겨울 고양시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주인이 없던 고양 야구장을 쓰겠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3억 5천만 원을 들여 야구장도 새롭게 단장했다. 이름도 C팀, 퓨처스팀 대신 ‘고양 다이노스’로 바꿨다.고양 다이노스는 한국 프로야구에 전례 없던 팀이다. 기존 퓨처스 팀은 연고지를 1군으로 올라가기 위한 ‘정류장’ 혹은 타성에 젖은 1군 선수들의 ‘유배지’ 정도로 인식했다. (2군이 아닌 퓨처스 리그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도 고작 7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 다이노스는 달랐다. ‘두 번째 다이노스’가 아닌 ‘또 하나의 다이노스’가 되어 고양시에 물들기 위해 노력한다. NC는 유망주 발굴·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박종훈 전 LG트윈스 감독을 고양 본부장으로 임명해 구단운영에 대한 독립권을 주었다. MLB의 마이너리그 운영과 같은 방식. 유니폼과 엠블렘에 ‘창원’이 대신 ‘고양’을 박아 넣었고 마스코트도 ‘단디’가 아닌 고양시의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를 영입(?)했다.‘우리동네 야구단’이 선사하는 주말 축제 지난 18일, 기자는 SNS 세계를 거닐던 중 고양 다이노스 페이지에서 동작을 멈췄다. 퓨처스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주말 2연전을 ‘팬 감사의 날’ 특별홈경기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봤기 때문이다. 선착순으로 무제한 고기파티를 열고 다이노스 뱃지, 스티커, 부채 등을 선물하며 다양한 이벤트도 연다는 내용에 곧장 지원서를 보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기자가 아닌 공룡가족의 입장에서 무미건조하고도 빠르게 지원서를 보냈다.) 4일 뒤 합격(?)회신이 돌아왔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8월 1일을 기다렸다.
처음 만난 고양다이노스는 ‘동네 야구팀’ 같았다. 예상보다 큰 그라운드에 흠칫 놀랐지만 적은 수의 관중석과 공원이 보이는 외야는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야구장 주변엔 선수단과 팬들이 구분 없이 활보하고 있었다. 마산에선 다이노스 카페에 기다리고 있다가 간신히 접촉할 수 있는 선수들이 고양에선 일반인처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선수들도 수많은 팬이 아닌 적은 팬을 상대하다보니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있었다. 프런트도 마찬가지였다. 고기파티 테이블을 지나가던 박종훈 본부장은 가던 발걸음을 돌리고 “맛있게 드시고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참가자들와 인사를 나눴다. 다른 프런트들도 참가자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경기장 주변을 거닐었다. 고기에 정신 팔려 보지 못한 이벤트가 많았다. 고기파티장 바로 옆에선 ‘첨벙첨벙할 고양&보물을 찾을 고양’에 참가한 어린 아이들이 물총을 쏘아대고 있었고, ‘피칭존&티볼존’엔 미래의 야구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관중석 출입구 앞에 열린 ‘야구용품 플리마켓’은 팬들의 지름신을 소환하고 있었다. 관중석은 두 종류가 있었다. 그라운드와 가까운 다이나믹존과 그늘과 응원단이 있는 디어존. 기자는 출입구 앞에서 ‘빌려주는’ 응원방망이를 들고 디어존으로 향했다.
경기 직전, 마산구장에서 자주 보던 장면이 보였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모인 ‘고양 무지개 리틀야구단’이 애국가를 제창하고 시구와 시타를 맡았다. 그리고 다이노스 팬들이 경기장에 들어와 1루 라인 선상에 길게 늘어섰다. 장내 아나운서는 1번타자부터 차례차례 호명하고, 선수들은 일일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수비 포지션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역시 ‘같은 핏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소수정예 응원단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응원단상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이윤승 응원단장, 윤영진-장세희 치어리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랠리 다이노스처럼 북과 엠프를 동원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고, 이닝교대 시간에는 댄스공연도 펼쳤다. 팬 한명 한명과 아이컨택 하며 응원을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간 중간엔 열성팬들을 동원해(?) 선수들의 개인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아쉽게도 개인응원가는 박정준, 조평호등 1군에 모습을 자주 보인 선수들만 갖고 있었다.) 경기말미엔 응원단이 이날 열심히 응원한 팬을 직접 선정해 ‘응원상’, ‘아차상’을 수여하는, 마치 동네 운동회에서 볼법한 정겨운(?) 이벤트도 볼 수 있었다.
디어존이 흥겹게 야구를 즐기는 곳이라면 다이나믹존은 조용하면서도 격렬하게 야구를 즐기는 장소다. 제일 앞자리에 앉으면 자신이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더그아웃 바로 위에 위치했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그라운드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세웅아 집중해!”, “자 하나만 가자 하나만!”를 외치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엿들을 수 있다. 전력 질주하는 타자의 발소리, 주자가 슬라이딩하며 밀어내는 흙 소리 등등 마산구장에선 너무 작아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특히 이날 다이나믹 존에서는 3·6·8회 고양고양이와 응원단이 시원한 물세례로 더위를 식혀주는 ‘스플래쉬 이벤트’도 펼쳐졌다. 가장 더운 오후 1시~3시, 지붕없는 다이나믹 존을 지키는 팬을 위한 작은 배려였다. 고양에서도 드러난 공룡군단의 ‘발야구 DNA’이날 경기는 두 공룡군단은 두 히어로즈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맞대결을 펼쳤다. 오후 1시엔 고양에서 고양다이노스와 화성히어로즈가, 오후 6시엔 마산에서 NC다이노스가 넥센히어로즈를 상대했다. 그렇기에 먼저 펼쳐진 고양 경기는 마산 경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었다.경기 중반까진 공룡군단이 끌려가는 모양새였다. 선발 박명환은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경미한 부상으로 3회부터 박진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몸이 덜 풀린 듯 서동욱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4회부턴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어나갔지만 타선의 지원이 아쉬웠다. 고양 타자들은 히어로즈 선발 구자형의 느린 변화구를 공략하지 못하며 5회까지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다.
우리 야구의 실마리는 역시 ‘발’에 있었다. 고양 다이노스도 NC 못지않게 리그에서 손꼽히는 발야구를 펼친다. 이날 경기전까지 팀도루 3위(146개)에 올랐고 두 자리 수 도루를 한 선수가 무려 7명이나 됐다. 6회말 선두타자 김태진이 느린 2루 땅볼을 때렸다. 김태진은 1군 데뷔전에서 보여준 낮고 빠른 슬라이딩으로 내야안타를 뺏어냈다. 조평호와 박정준은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지만 대타 구황이 바뀐 투수 이정훈을 상대로 우익선상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역전과 추가점도 발야구를 통해 나왔다. 7회말 무사 1루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나왔다. 주자 박으뜸은 절묘한 스타트를, 김준완은 좌익선상에 뚝 떨어지는 절묘한 2루타로 동점을 합작했다. 유영준의 중전안타와 김태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승부를 뒤집었다. 추가점도 발이었다. 1루 주자 유영준은 도루와 포수악송구로 3루를 밟은 뒤 조평호의 중전안타 때 득점을 올렸다. 히어로즈가 8회초 곧바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최후의 승자는 공룡군단이었다. 8회말 2사 후 1루 주자였던 포수 박세웅이 기습적인 도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폭투가 나오자 3루까지 점령했다. 타자 김준완은 투수 강습타구를 때린 뒤 곧바로 전력질주 했다. 박성훈은 글러브로 잘 막아냈지만, 전력질주하는 김준완을 의식한 듯 다소 급하게 송구했다. 공은 1루수 옆을 비켜갔고 그사이 박세웅이 이날 마지막 득점을 장식했다. 마무리 이대환은 시원시원한 피칭으로 세 타자를 순식간에 처리하며 경기를 매조지었다.
경기 직후의 고양 다이노스는 더욱 친근한 느낌으로 팬들에게 다가갔다. 경기 MVP로 뽑힌 박진우와 구황은 땀이 채 마르기도 전에 관중석 출입구 부근에 앉아 팬 사인회를 열었다. 다른 선수들은 흙투성이가 된 옷 그대로 관중들과 섞여 물건들을 옮기고 있었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삿말과 함께 사진촬영과 사인을 부탁했고, 선수들도 흔쾌히 이에 응했다. 우리가 평소에 보아온 ‘프로선수’보다는 우리 동네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야구청년’의 느낌이 더 컸다. ‘우리동네 야구단’이 준비한 주말 축제는 기쁜 역전승으로 끝났다. 기자도 그렇게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동네 야구단’을 위한 팬의 작은 이벤트가 있었던 것. 뒷정리로 바쁜 프런트에게 한 남성이 다가갔다. 남성은 작은 상패를 전달했다. 그동안 우리 동네에서 ‘좋은 야구’를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우리동네 야구단’을 목표로 1년을 달린 고양 다이노스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었을 것이다. 상패에 적힌 글귀는 이러하다.‘팬들과 고양다이노스를 위한 거침없는 도전과 사랑 땀과 열정에 감사드리며 이 패를 드립니다.’ -고양다이노스 팬일동-
P.S 고양다이노스의 홈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일(화성), 12일(한화), 27일(SK)경기가 남아있다. 또 하나의 다이노스가 보여주는 친근하고도 정겨운 야구를 보러 '우리동네 야구단'을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 넘치는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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