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올 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던 ‘협녀, 칼의 기억’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촬영이 끝난 지 1년6개월 만에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개봉 시기를 저울질 하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ㆍ제작 티피에스컴퍼니, 이하 ‘협녀’)은 17일 하루 434개 스크린(1744회 상영)에서 2만1599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까지만 해도 ‘베테랑’,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 이어 4위를 지켰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한국영화 경쟁작 중 그나마 약체로 분류됐던 ‘미쓰 와이프’에도 역전당했다. 누적 관객 수는 35만 명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 700만 돌파를 목전에 둔 ‘베테랑’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협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은 비장미 가득한 멜로가 여름 극장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끝내 이뤄질 수 없는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주인공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영화는 웃음기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당초 지난해 말, 늦어도 올해 초에는 개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연 배우 이병헌의 사생활 스캔들 여파로 인해 개봉 시기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극 중 이병헌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 전도연, 김고은을 압도하는 명연기를 펼치지만, 결과적으로 ‘협녀’가 여름 시장에서 초라한 퇴장을 앞두면서 그 활약도 빛이 바랬다.

물론 영화 자체가 뛰어나다면 개봉 시기의 불리함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협녀’는 한국영화에서는 낯선 무협액션의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예컨대 홍이(김고은 분)가 자기 키보다 높은 해바라기를 뛰어넘는 오프닝의 한 장면을, 관객들이 신선하고 멋스럽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소 우스꽝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동사서독’, ‘와호장룡’ 등의 장엄한 무협 명작들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협녀’의 무협 액션은 와이어를 매달고 기계적으로 날아다니는 수준에 그친다. 그렇다면 캐릭터와 드라마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인물들의 선택의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지고 멜로 라인을 포함한 드라마는 진부하게 느껴진다는 데 있다.

‘협녀’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무협액션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다. 눈발이 흩날리는 가운데 세 주인공이 비극을 맞는 결말부 등의 영상미도 탁월했다. 다만, 흥행 부진을 통해 100억 제작비가 투입된 스케일이나 배우들의 열연에 앞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드라마가 우선이라는 것 또한 분명히 보여준다. 아울러 개봉 시기를 두고 배급사들이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