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대주주와 조직폭력배가 낀 ‘작전세력’이 주식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

대주주가 직접 주가조작을 지시하는가하면, 범죄단체 조직원이 시세조종전문가와 결탁해 증시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큰손들에 의한 불공정거래가 늘면서 개미(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수사당국이 본격적인 ‘작전세력 진압’에 나섰다.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시세조종세력이 코스닥상장사의 주식을 펀드매니저에게 대량으로 매도하도록 알선해주고 억대의 뒷돈을 챙긴 혐의(수재)로 증권사 법인영업부 상무였던 신모(49)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단은 또 시세조종세력을 총괄 지휘한 상장기업 CCS의 유홍무(55)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케이블 업계 1세대인 유 회장은 경영악화로 200억 원이 넘는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고, 차명으로 보유하던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는 등 주가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회장의 재산관리인 박모(54) 씨는 주가조작 지시를 받고 시세조종 전문가인 양모(44) 씨와 금융브로커 김모(48) 씨에게 7억5000만 원의 현금과 주식 60만 주를 제공하며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은 이른바 ‘선수’들에게 시세조종 자금을 분배해 1300여 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2011년 말 900원대였던 주가를 두 달 사이에 3475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주가조작으로 32억8000만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유 회장은 주가조작기간 차명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21억 원의 부당이득을 실현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범죄에는 당시 A증권사 법인영업팀 상무였던 신모(49) 씨의 도움이 컸다.

신씨는 주가조작세력으로부터 현금 1억 원 가량을 받고 미리 포섭해둔 자산운용사를 통해 CCS의 주식 30만 주를 ‘블록딜’로 인수하도록 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가 CCS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추격매수를 시작했지만, 이 기회를 노린 유씨 등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넘기자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큰 손실을 봤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이처럼 대주주와 증권사 현직 임원이 주가조작을 적극 지시하거나, 대형 범죄집단이 가담하는 등 범죄 규모가 대형화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제14차 정례회의에서 5개 종목에 대해 불공정거래를 한 범죄단체 조직원 및 시세조종 전문가 등 14인을 검찰 고발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 중에는 지방 유명 폭력조직의 부두목이 인수합병(M&A)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주가조작에 가담할 사람을 모으고 한 달 가량 주가를 1600원에서 5670원으로 4배 가량 띄우는 일에 협조하거나, 유료주식 투자카페 회원들을 폐쇄형 소셜네트워크(SNS) ‘밴드’로 유인해 정보를 긴밀하게 전달하고 시세조종을 유도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는 2014년 총 178건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했다. 하지만 주가조작의 수법은 날이갈수록 교묘해지고 현직 증권사 임원부터 조폭까지 참여자의 형태도 거대해지는 추세다.

김형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은 “주가조작은 일반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저해한다”며 “주가조작의 피해가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일반투자자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펀드 등에 간접투자하는 선량한 일반투자자들에게까지 돌아가는만큼 공생관계가 발본색원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수사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