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처음으로 방문하는 중국집에서 항상 주문하는 메뉴는 짜장면과 탕수육이다. 식사부의 대표 음식이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요리부의 대표 음식인 탕수육의 맛을 보면 다른 음식의 맛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식당에서는 된장찌개이다. 이 음식의 맛에 따라 다른 음식의 간과 깊은 맛까지도 가늠하게 된다.
아침에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았지만, 명동 우리은행 뒤편에서 한 곳을 발견했다. 20년 넘게 이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했다고 한다. 처음 방문한 식당이어서, 6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가게 곳곳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에 걸린 메뉴판. 역시 된장찌개가 식사류 파트에서 제일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다음이 순두부 찌개, 김치찌개가 뒤를 이었다.
메뉴판 위에는 ‘돼지고기, 닭고기, 쌀, 김치는 국내산’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적혀 있었는데, 쌀과 김치의 경우 식재료 위에 조그맣게 중국산이라 적혀 있었다.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쌀은 한국산이고 김치만 중국산이라 했다. 어느 식당에서 김치는 중국산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벽에 걸린 시계도 눈에 들어왔다. 통상 거울에 달린 시계는 멈춰있기 마련인데, 이 곳에서는 커다란 중앙 시계와 함께 거울 시계도 맞춰서 잘 움직인다.
뭐랄까. 넓지 않은 가게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시계는 물론 제각각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스며든 성실함의 표현 같았다.
가장 눈에 띄는 데코레이션은 갈퀴다. 계산대 앞 유리창에 놓여 있는데, 그렇게 큰 갈퀴는 처음 본다. 근처에 보이는 돈은 모두 거둬들일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컸다.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된장찌개가 나왔다. 특별할 것도 없는 반찬과 함께 나왔는데, 일단 색깔부터 마음에 들었다.
한 숟가락을 가득 담고 후후 불어 삼켰다. 짭조름한 맛이 부드럽게 넘어갔는데, 도시의 맛과 시골의 맛이 섞여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식당 주인의 말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하는 된장과 시골에서 가져온 된장을 섞어 끓인다고 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반찬 역시 된장과 쌀밥과 잘 어울렸다. 김은 구수함을 더했고 오이김치는 뜨거움을 가라앉혔다.
가게 주인은 퇴계로에서 20년이나 식당을 했는데, 돈은 별로 만져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전두환 정권 때 시위가 많았으며, 도망쳐온 시위대를 숨겨줬던 기억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된장찌개의 맛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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