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띄는 것은 기부다. 세상을 통해 얻은 것을 다시 돌려주는 의미다. 당대는 물론 후세를 위한 목적도 있다. 이런 면에서그들의 기부는 사회와 세대 간 소통이다. 요즘은 통이 커졌다. 재산의 전액을 내놓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전 재산 36조원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 34위 부자이다.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으로도 불린다. 중동 왕가에서는 드물게 사업으로 성공한 자수성가 부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전제군주 국가에서 왕자가 전 재산을 내놓는다는 소식은 국내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신앙인 이슬람의 자선행위에 따른 것이라고도 하지만 개인 신념도 작용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도 전 재산 88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는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최소 50%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호소하는 ‘기부 약속 운동’을 시작했다. 워런버핏은 99%의 재산을 내놓기로 했다. 이들에게 기부는 그들의 오늘을 탄생시키게 해준 사회에 대한 보답인 셈이다.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 다시 거름이 되는 것과 같다.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호흡을 해나가는 이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한달에 한번씩 사용자와의 온라인 질의응답(Q&A)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그의 인사이트(통찰력)를 세상에 던지고, 다른 이들의 질문으로부터 답을 찾아가며 아이디어도 얻는다.
지난 1일 온라인 대화에서 그는 텔레파시가 미래 커뮤니케이션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뭔가 생각하기만 하면 친구들도 바로 이를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게 요지다.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헤드셋 업체인 오큘러스를 2조원에 인수해 가상현실 사업을 적극 펼치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다가올 기술에 대한 그림을 던진 것 자체만으로도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는 셈이다. 어떤 형태의 교감이든 본질은 사람에 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저커버그도 “나는 사람들에 관한 질문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슈퍼리치가 세상과 호흡하는 방식은 분명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크게 보면 이 시대의 사람들이 사는 세계, 길게 보면 미래세대가 살아갈 세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지금 가진 재산은 삶의 우선 순위에선 저 밑에 쯤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부를 내일을 더욱 풍부하게 해줄 밑거름으로 만드는 슈퍼리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