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압도적인 표차로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긴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번 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도한 긴축을 요구한 채권단의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그리스인들의 과소비와 공공부문 부패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채권단이 너무 쥐어짰다”=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과 약속한 긴축정책을 2010년부터 시행하면서 그리스 국내총생산(GDP) 급감은 급감했다.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 삭감, 정부지출 감축, 증세 등의 고통을 감내하며 개혁프로그램을 따랐지만 2014년 그리스의 GDP는 5년만에 20%가량 급감한 2302유로(약 287조원)를 기록했다. GDP대비 부채비율도 143%였던 2010년과 비교해 크게 상승한 174%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실업자가 2010년 대비 100만명 늘어나며 실업률이27.5%에 달한다. 청년실업률은 50%를 넘기도 했다. 돈 버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자 빈곤인구도 27.6%에서 34.6%로 늘어났다.

간신히 일자리를 붙잡고 있어도 38%가량 삭감된 평균임금에 허리띠를 졸라 매야 했다. 최저임금도 26% 하락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전문가이 IMF가 구제금융을 제공할 당시 그리스 경제성장률을 지나치게 높게 예측한 점,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시점에 가서야 채무 구조조정을 요구한 점이 위기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에 실은 기고문에서 “5년전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강요한 프로그램은 국내총생산의 급감과 청년실업률의 급등 등 그 어떤 경기침체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IMF가 지난달 26일자로 작성한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예비안’에서 그리스 정부부

채가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헤어컷도 필요하다고 명시한 점도 채권단 책임론에 힘을 실어주는 자료다. 갚지도 못할 빚을 갚으라고 그리스를 몰아부쳤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끼진 않고 펑펑 쓴 그리스인 탓”=그리스가 예전부터 부채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고, 공공부문 규모의 지나친 확대와 이에 따른 부패를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그리스가 유로존 가입후 급증하는 빚더미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뤄 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부패한 관리와 글로벌 투기자본의 ‘조작’ 덕분에 2001년 유로화 사용국에 가입한 그리스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가입 전 90%에서 가입 후140%대까지 크게 뛰었다. 이후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특수가 맞물리면서 임금이 2배 급증했고, 최저임금도 70% 상승했으며, 수출은 줄고 수입은 크게 늘어 경상수지 적자가 커졌다.

그리스는 이후 2010년 유로존 가입을 위해 재정통계 등을 조작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처음으로 트로이카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과도하게 몸집이 커진 그리스 공공부문의 규모와 뒷따른 부패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리스의 공공부문 규모가 가장 컸던 2010년 전체 노동자의 약 20%가 공무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과도한 상여금과 연금혜택, 그리스의 주력 산업인 관광ㆍ해양업계와의 유착, 그에 따른 부패는 국고에 막대한 부담이 됐다. 2010년 그리스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 그리스 공무원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96%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