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가 됐다. 그리스는 6월30일(현지시간)까지 IMF에 상환해야 하는 15억5000만 유로(약 1조9000억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EFSF의 분할 지원금 18억 유로,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109억 유로의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도 이날 성명을 내고 2012년 2월부터 시작한 그리스의 재정지원 프로그램(2차 구제금융)이 6월30일 자정(중부유럽시간)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리스가 막판에 제안한 구제금융 연장안은 채권단에 의해 거부됐다.
15억 유료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함에 따라 당장 127억 유로의 지원이 중단되는 ‘배보다 배꼽이 큰’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그리스가 처한 빚의 블랙홀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에 지고 있는 빚은 무려 3230억유로(약 361조8569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2년 1380억달러(약 154조원)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기술적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진 그리스는 유럽 각국의 구제금융 지원에도 오히려 부채만 2배 이상 급증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그리스 국민 1인당 약 3300만원의 채무를 떠안고 있는 셈인데, 그리스는 현재 상태로는 이 빚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유로화 채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적 격차가 있는 회원국간, 특히 약체국에 더 열악한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 통화체제인 유로존의 구조적 결함이라는 것이다. 유로존에선 회원국들이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장치가 없다. 경제 사정이 제각각이지만 환율이나 이자 정책을 펼 수가 없어 열악한 국가는 더 열악하게 된 것이다. 또 유로존은 역내에서 경상수지 격차 확대 등 회원국 간의 불균형 해소가 어려운 기형적 구조를 띠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그리스 같은 회원국들이 무리한 재정 정책을 펼치면서 이른바 남유럽 재정위기를 불러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위기가 유로 단일체제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15억 유로의 상환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한 이유는 빚을 갚아도 땜질처방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부채 전체에 대해 갚지 못한다고 선언한다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불이행(default) 선언이 될 전망이다. 또한 그리스는 IMF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최초의 선진국이 된다. 여기에 1999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출범한 이래 국가가 부채를 갚지 못한 첫 국가라는 불명예도 안게된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N머니에 따르면 21세기 이후 최대 규모의 디폴트 가운데 그리스의 뒤를 이은 것은 아르헨티나로 지난 2001년 950억달러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지난해 7월 또 한 번 채무상환 시한을 넘겨 기술적 디폴트에 빠져있는 상태다.
자메이카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79억달러다. 자메이카는 수 년 간 정부 지출이 수입을 크게 앞서고 물가상승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2010년 디폴트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 예산의 40%가 빚을 갚는데 투입됐다. 자메이카 경제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의 경기 불황으로 주요 산업인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에콰도르는 지난 2008년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당시 외채규모는 32억달러였으며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미국계 헤지펀드가 소유한 일부 채무는 ‘비도덕적’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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