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요리 프로그램 끝없는 인기…귀여운 모습·맛있는 음식에 열광 “밤낮으로 일하기도 바쁜데…”평일에 놀아줄수 있는 아빠 몇명? 냉장고 진미성찬 재료도 거부감…일부선 간접광고 얼룩 지적도
“연애, 결혼, 육아, 요리까지….”
살아보고 싶은 일상을 TV 속 인물들이 대신 살아줌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가정을 이루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간다는 ‘1인 가구’ 세태 등 그만큼 현실은 갑갑하다는 것을 반영해주는 것이기에 보고나면 공허하고 씁쓸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아빠들이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육아 예능은 ‘육아대디(육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아빠)’ 열풍을 불렀고, 요리 프로그램은 ‘쿡방’이라 불리며 신드롬처럼 퍼져나갔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tvN ‘집밥 백선생’ 등 프로그램이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이와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공식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같이 일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처음엔 대리만족이다.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 따듯한 가정, 보기 좋은 음식에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그러나 뒷맛은 씁쓸하다. 상위 몇프로 소수층들만 누리는 ‘손에 닿지 않는’ 일상 생활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난 뒤 밀려드는 박탈감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두 자녀를 둔 회사원 김석진(39) 씨는 “밤낮으로 일하고 애들 자는 모습 보기도 바쁜 생활을 한다”며 “평일 낮 시간에 교외까지 나가 아이와 놀아줄 수 있는 아빠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협찬과 간접광고로 얼룩진 이 프로그램들을 순수하고 즐겁게만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몇배로 다양한 경험을 한다. 매번 다른 ‘체험관’에 가고 한 회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가는 장소, 입는 옷마다 고가의 것들이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는 심리도 비슷한 맥락이다. 셰프들의 요리, 잘 꾸며진 주방을 넋 놓고 보다가도 막상 집 냉장고를 열어보고 좌절하는 패턴의 반복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의 상반된 반응을 가정을 이루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에서 찾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어쩔 수 없이 텔레비전 속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와 내 모습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대부분이 우리가 사는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뒤돌아서면 공허감이 몰려오는 기분”이라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도 “1인가구가 점차 많아지니 가족 이루기 어렵고 밥 해 먹기도 귀찮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현실에서 본인들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이 투사돼 대리만족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