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전주비빔밥은 어떻게 비벼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숟가락으로 비벼야할까, 아님 젓가락으로 비벼야할까? 오른손으로 비벼야할까, 왼손으로 비벼야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정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에서 정답을 찾기란 항상 어렵다.
오른손에 숟가락을 들고 비벼온 까닭에 ‘젓가락으로 비벼야 한다’는 이야기가 쉽게 와 닿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전주를 방문해 비빔밥을 먹었을 때에도 현지 사람들은 숟가락이든 뭐든 비비면 되는 것이지, 꼭 젓가락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생뚱맞다는 반응이었다.
밥알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젓가락으로 비벼야 한다는 이유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완전히 동의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다.
비빔밥의 유래를 봐도 그렇다. 점심이나 종친이 입궐했을 때 먹는 가벼운 식사였다는 궁중음식설, 임금 몽진 유래설, 농번기 음식설, 동학 혁명설, 음복설 등 대부분이 시간 단축을 위한 목적이 담겨 있다. 젓가락보다는 숟가락을 이용하는 것은 비비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젓가락으로 비벼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느낌이다.
오른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왼손잡이는 왼손으로 숟가락이든, 젓가락이든 상관없이 본인의 취향대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 데 어우러지는 비빔밥의 정신을 감안할 때에도 비비는 방법을 따지기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여러가지 음식을 섞어 새로운 맛의 비빔밥을 맛보면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둘러싼 외국계 펀드와 갈등이 표대결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또 26일에는 SK와 SK C&C 합병 주총도 예정되어 있다. 합병은 서로 다른 조직과 조직이 섞인다는 점에서 비빔밥과 유사한 점이 많다. 잘 섞이면 비빔밥과 같은 새로운 음식이 되지만, 따로 놀게 되면 입맛만 버리게 된다.
26일 아침은 ‘비빔밥’을 먹기로 했다. 전주로 갈 수 없으니,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전주비빔밥샌드’를 선택했다. 일전에 맛봤던 스팸밥바를 만든 (주)청탑에서 제조했는데, 가격은 1600원이다. 편의점에서 구입하니, 음료를 하나 끼워줬다. 이벤트 제품이란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간 데웠다.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전자레인지 사용도 자연스러워졌다.
능숙하게 포장지를 찢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데우는 시간을 30초에 맞추고 돌렸다. 포장지에 든 따끈따끈한 밥이 손에 들어왔다. 다행히 제품 포장지가 폴리프로필렌(PP)으로 되어 있어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포장지에서 나온 비빔밥샌드는 재밋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비빔밥이 김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그 속에는 계란 프라이와 오색모듬전이 자리하고 있다. 샌드위치 모양의 김밥이 떠올랐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제조과정에 젓가락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알도 안 깨져 있었다. 각종 양념도 골고루 섞여 있는 모습. 김으로 둘러싸여 있어 먹기도 편리했다. 포장지에는 음식에 손을 데지 않고 먹는 방법까지 설명해놨다.
오늘 전주비빔밥은 숟가락도 젓가락도 아닌, 손으로 먹게 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기업간 합병에는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비빔밥에는 아직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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