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권남근 에디터]거북이와 토끼 경주는 누구나 다아는 이야기다. 처음 빨리 뛴 토끼가 중간에 낮잠을 자다가 부지런히 기어온 거북이에게 진다. 하지만 요즘 경쟁사회에서 이런 일은 드물다. 낮잠은 커녕 거북이보다 더 성실한 토끼가 즐비하다. 어찌보면 거북이와 토끼 경주자체가 안 열릴 수 있다. 하지만 거북이라고 늘 지지는 않는다. 만약 그 거북이가 바다거북이라고 가정하면 요행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도 세가지나.

우선 바다에서 경주하면 된다. 거북이가 느린 것은 육지에서 뿐이다. 물에서 바다거북의 평균시속은 20km, 최고시속은 32㎞다.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시속은 6㎞라고 한다. 육지에서 경주한다면 내리막을 택하면 된다. 토끼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어 내리막에서는 약하다. 대신 거북이는 목과 다리를 넣고 데굴데굴 그냥 구르면 된다. 마지막은 오래 달리기다. 그것도 아주 길게. 거북이 평균수명은 150년이다. 토끼는 고작 8~12년 정도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시간은 바다거북이편이다. 우스개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핵심포인트는 관점의 변화다. 한마디로 자기가 잘하는 곳에서 1등하라는 거다. 이를 슈퍼리치의 세계에 대입시켜 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세계 억만장자 1700여명 중 약 30%가 60대다. 그들은 유통이나 의류, 부동산 등 전통산업으로 부를 일궜다. 이처럼 토끼같은 슈퍼리치들과 같은 영역에서 경쟁해서 부를 얻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성공해도 그 파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과 다른 길을 택한 이들 중엔 일찌감치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이들도 있다. 바다거북처럼 본인의 장점을 살렸고 경쟁장소를 그들이 익숙한 곳으로 바꿔서 승리의 장소로 만들었다.

자산이 133억달러가 넘는 엘론 머스크는 전기차와 우주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는 제 2의 벤츠나 BMW를 추종하지 않았다. 그냥 세계 최고 전기차 회사를 꿈꿨고 테슬라모터스를 세웠다. 그리고 ‘전기차=테슬라 모터스’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아울러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돈을 벌 꿈으로 스페이스X를 세웠다. 그에겐 우주인터넷, 화성이주 등의 우주사업이 새로운 금맥이다.

인터넷ㆍ모바일 또한 무한가능성의 세계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신화를 일군 마윈 회장은 세계최고 유통강자인 월마트의 매출(작년 4700억 달러)을 연내 추월하겠다고 장담했다. 2019년 목표는 무려 1조 달러다.

국내엔 김범석 쿠팡 사장이 눈에 띈다. 그는 2010년 생소했던 소셜커머스사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거래액 2조원, 기업가치 5조원이 넘는 ‘e-커머스 회사’로 키웠다. 최근엔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통해 직접 배송해주는 ‘로켓배송’같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도 이끌어냈다. 마윈 회장이나 김 사장은 공교롭게도 둘다 손정의 회장에게 투자를 받기도 했다.

레드오션일 것 같은 미디어 업계에서도 사례는 즐비하다. 그리스 출신의 아리아나 허핑턴은 뉴스 큐레이션 미디어인 허핑턴포스트로, ‘미디어시장의 파괴자’로 불리는 조나 페레티는 버즈피드로 보란 듯이 기성언론을 누르고 있다. 두 매체의 매달 방문자수가 1억~2억명에 이른다. 모두 각각 자산 5억 달러와 1억 달러의 슈퍼리치가 됐음은 물론이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 이들 또한 뛰어넘는 또 다른 바다거북들이 나올 것이다. 성공해도 ‘제 2의 누군가’로 불리는 데 그친다면 노력의 가치는 희석된다. 미지의 영역에서 승부를 걸어 승자가 된다면 더욱 빛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영광의 자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