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ㆍ야, 당ㆍ청간 긴장 구도가 팽팽한 가운데 이르면 오는 5일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어서 청와대의 대응에 따라 정국은 또 한번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ㆍ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98조 2항은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국회 상임위원회가 판단할 경우 해당 부처에 수정ㆍ변경을 ‘요구’하면 해당 부처는 이를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빠르면 오는 5일 정부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법안에 대한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돌려보내면서 재의 또는 수정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현재까지는 개정안의 ‘강제성’을 둘러싼 여야의 의견통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 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는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의 통일된 입장이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거부권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정부로 넘어올 경우 박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위헌 시비와 행정 기능 마비 등을 거론하며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 기류는 거부권 카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산일로에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거부권 행사가 법적인 논리와는 별개로 정치적 이해득실측면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거부권 카드가 국회에서 부결 또는 재의결로 결론이 나더라도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부결될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당장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500여개가 넘는 경제활성화 관련법안의 처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고 재의결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져 조기 레임덕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다시 넘어간 법안의 경우 재의결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국회에서 법안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불안한 정국에서 거부권 행사에 따른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설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께서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며 막말성 발언을 한 데 대해 청와대는 3일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말씀은 격(格)이 있어야 울림이 있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대통령을 폄훼한다면 국민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개혁 여야 협상이 벌어지던 지난달 28일 밤 이병기 비서실장이 새누리당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는지와 관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3일 “국회법 개정안은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고, 설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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