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잉생산으로 4610억엔 적자 늪에 빠졌지만 이듬해 흑자로 전환하더니 지난해에 2조7502억엔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작년 글로벌 판매대수는 1023만대로 2012년 이래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의 실적호조는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초 단행된 임금인상이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면서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경제 선순환 구조, 즉 엔화가치 하락→수출증대→임금 상승 및 소비촉진→기업투자 확대의 ‘기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요타 노사화합 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요타 ‘수성’서 ‘공격’ 대전환=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대량 리콜사태(2009년), 동일본대지진(2011년)이라는 3중고 속에 잔뜩 움츠렸던 도요타가 경영전략을 수성(守城)에서 ‘공격’으로 전면 전환했다.
대표적인 예가 해외공장 건설 복귀다. 지난 4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2013년 4월 밝혔던 ‘신공장 건설 동결’을 전격 해제하고 멕시코와 중국 광저우에 새로운 생산 거점을 세우기로 했다. 엔저(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판매증가로 호실적이 지속된데 따른 것이다.
도요타는 이미 지난해 엔저에 따른 환차익 등으로 9000억엔 이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나 유로화 등 외화표시 일본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를 때 마다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이 350억엔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엔화 가치는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45% 평가절하됐다. 당시 달러당 86엔대였던 엔화는 지난 2일 장중 125엔대까지 하락해 2002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의 현금 실탄도 두둑해졌다. 지난해 말 도요타의 현금보유액이 5조2159억엔으로 전년대비 22.2% 증가했다.
투자 여력이 커진마큼 미래에 대한 준비도 가속화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비로 각각 1조1774억엔, 1조45억엔을 썼다. 이는 전년대비 17.6%, 10.3% 증가한 수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도요타가 지난해 자동차 한대당 투입한 R&D 비용은 1124달러로, 현대기아차(480달러)보다 약 2.5배 많았다.
▶노사화합이 원동력=도요타의 위기돌파 능력에는 노사화합 문화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 3월 춘계 노사교섭에서도 도요타 노동조합은 기본급 6000엔 이상을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 4000엔으로 합의를 봤다.
도요타자동차그룹의 각 사의 노조로 구성된 전도요타노동조합연합회는 이번 협상에서 전년 2700엔 인상을 상회하고 2002년 이래 가장 큰 인상폭이라는 데 의의를 뒀다. 사측도 당초 3700엔 인상을 내세웠지만 직원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4000엔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도요타는 노사화합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1950년대 극심한 노동쟁의 이후 1962년 ‘노사화합 선언’을 하면서 지난 53년간 ‘무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대 대투쟁의 진통 끝에 나온 도요타의 1962년 ‘노사선언’에는 “우리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공적 사명을 자각하고, 목전에 다가오는 자유화의 바람을 유효적절한 대책으로 극복하며, 일본 산업과 국민경제의 상생 발전에 협력하여 일본의 도요타에서 세계의 도요타로 도약하는 눈부신 영광을 획득하기 위해 회사ㆍ조합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을 맹세한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는 고통분담이라는 노사간 확고한 상호신뢰가 자리한다. 도요타 기이치로 창업가문은 1950년 정리해고의 책임을 지고 퇴진했고, 1990년대 중반 경영진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평균 임금을 근로자 평균 임금의 세배 이내로 줄였다.
실제로 현재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 연봉은 2억3000만엔(약 21억원ㆍ2013년)이다. 지난해 글로벌 2위 폴크스바겐의 마틴 빈터콘 회장 연봉 1502만유로(약 188억원)의 9분의 1 수준이다.
도요타 노조 역시 과거 호실적에도 임금동결과 보너스 삭감을 먼저 요구하기도 했다. 도요타가 일본 제조업 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 시대를 열었던 2001년 도요타 노조는 임금인상 대신 정년(60세)까지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또 2004년 역대 최대 순이익(1조1621억엔)을 달성했을 때도 이례적으로 보너스를 6% 줄이기로 했다. 순이익이 해외법인 실적호조 덕분이지 일본 단독 결산 실적은 나쁘다는 이유에서였다.
▶도요타發 낙수효과, 국가경쟁력 제고=엔저의 최대 수혜기업인 도요타는 임금인상을 단행하며 일본경제에 낙수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혼다와 후지중공업도 3000엔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확정했다. 여기에 히타치제작소·도시바·파나소닉·미쓰비시·후지쓰·NEC 등 6대 전자 업체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일본경제인연합회(게이단렌)의 2015년 춘투 중간정리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임금인상률은 2.3%, 중소기업은 1.99%로 나타났다. 여름 보너스도 지난해에 비해 2.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엔저로 호실적을 기록한 일본 기업은 설비투자도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2015년도(2015.4~2016.3)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0.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두자릿수 증가율은 3년만이다.
신문은 “자동차 등 제조업이 17.3%로 가장 높다”며 “엔저와 실적호조를 배경으로 노후 설비를 교체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게이단련 정기총회에 참석해 기업의 임금인상에 감사를 표한 뒤 “노사정 회의에서 실현한 ‘임금인상’요구에 이어 이번에는 투자를 확대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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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노사화합 역사는?
도요타 노사화합의 역사는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초 극심한 내수침체로 경영위기에 빠진 도요타는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심화됐다. 당시 가족주의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종업원과 강력한 신뢰를 유지해온 도요타 경영진은 구조조정 압력에도 정리해고에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따라 ‘인원조정 없는 경영재건’을 골자로 한 ‘각서’를 노조와 체결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영악화로 은행권의 구조조정 요구가 강화되자 도요타는 이를 수용해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노조는 ‘각서’ 불이행,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쟁의에 돌입해 64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파업의 근거가 된 ‘각서’는 노사쌍방이 서명날인을 해야 하지만 사장 서명만이 날인돼 있어 법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업은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경영진은 ‘각서’ 내용을 준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자진 퇴진을 발표했다. 도요타 기이치로 창업가문이 물러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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