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이혜원 인턴기자] 삼성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을 넘어섰습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하는 기업이니까요. 그래서 해외에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면 별것 아닌 일도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일이면 초미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당연한 일이죠. 최근 그런 일이 하와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별장에 관련된 일입니다. 삼성은 몇년 전부터 이건희 회장 명의로 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 카할라 지역에 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너 일가가 해외에 머물 때마다 비싼 펜트하우스에 묵으며 호텔 좋은 일만 시킬 게 아니라 아예 별장을 하나 갖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겠죠. 고차원의 비즈니스를 위해선 수준에 맞는 디너 파티를 할 곳도 필요하고요. 실제로 페이스북 창업자인 저커버그나 오라클을 만든 래리 엘리슨, 마이클 델 회장 등도 하와이에 어마어마한 별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래리 엘리슨은 하와이에서 6번째로 크고, 서울면적의 60%인 라나이 섬을 아예 통째로 사들였죠. 그런데 현지의 한 탐사보도 전문 매체(시빌비트ㆍCIVIL BEAT)가 올 초 이 회장의 별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을 제기합니다. 흥미로운 건 보도를 한 언론사 소유주가 하와이에 거주 중인 피에르 오미디야르(Pierre Omidyar)입니다. 인터넷 경매의 강자 이베이의 창업자로 자산 82억달러(한화 8조9600억원)를 보유한 현지 최대 억만장자라는 사실입니다. 이곳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별장위치, 유명한 부촌=우선 이 별장지 현황부터 살펴볼까요. 삼성 측은 하와이 카할라 지역을 별장지로 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곳이 하와이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으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곳이란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한 현지매체는 “하와이의 ‘베벌리힐즈’로 알려진 카할라는 현재 르네상스가 일고 있다”며 “한 부동산개발업체는 카할라의 부동산 매물 30개 정도를 9800만달러(한화 1070억여원)에 사들였고, 또 다른 업체도 3000만달러(327억여원)를 들여 카할라 소재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전합니다. 이들 업체가 구매한 부동산의 이전 소유주는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일본인 억만장자 겐시로 가와모토인데요. 삼성 측도 그에게서 카할라 별장부지를 사들입니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에 올린 호놀루루 카운티 등기소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3년 12월 카할라애비뉴 4465와 4469번지 3547㎡ 규모의 토지를 본인 명의로 1326만달러(144억원)에 매입합니다.
아울러 안씨가 공개한 ‘이 주거지(별장) 및 방파제 재건축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환경영향평가 초안(2014년 2월 작성)에 따르면 별장은 해변과 맞붙어 있는 본채와 부속채로 이뤄집니다. 본채엔 거실과 사무실ㆍ주방ㆍ그리고 침실ㆍ 욕실ㆍ거실ㆍ운동실과 메이드의 방 등이 들어서고 부속채에도 거실 겸 다이닝룸 등이 꾸며집니다. 비슷한 다른 별장들과 마찬가지로 20대 이상의 주차가 가능한 주차장과 옥외풀도 자리잡게 됩니다.
지난 3월 말 당국으로부터 시설물 건축허가를 받았고 얼마 전 공사를 시작한 별장은 건축비로 2500만∼3000만달러(273억∼327억여원)가 들어가고 2년 정도 후 2017년 봄 완공될 걸로 보입니다.
▶‘환경파괴 VS 환경 보전’, 해안침식 여부 의견 팽팽=그런데 별 이상할 것도 없는 이 별장에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탐사보도 언론 시빌비트(CIVIL BEAT)가 하와이 카할라 지역 해안 토지 소유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신청한 새 방파제 건축 허가를 호놀루루 시 의회가 만장일치로 승인해줬다는 내용을 전합니다. 동시에 이 별장지 건축물 설치를 두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실은 시의회를 비난하는 내용인데 엉뚱하게 집주인이 부도덕한 것처럼 비난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시빌비트는 “해당 토지를 매입하기 전 있었던 방파제는 해안침식을 우려한 당국의 규제로 철거됐으나, (이 회장의 별장지 매입 후)새 방파제 건축이 또다시 허용됐다”며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새 방파제 설치로) 침식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물론 공사의 실무를 맡은 유명 건축회사 ‘그룹 70 인터내셔널’ 측은 “해당 토지의 해안침식을 막아 오히려 환경이 보전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맥락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볼까요. 하와이 등 해변경관이 유명한 곳엔 ‘해안후퇴(Shoreline Setback)’라고 이름 붙여진 일종의 규제정책이 있습니다. 새 건축물(또는 구조물)과 해안선 사이 간격을 40∼60피트(12∼18m)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여기엔 해안 침식으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를 자연적으로 복원한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그동안 설치했던 방파제 등은 해안침식을 막는 근본책이 아니었단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와이 주(州) 당국이 법규까지 만들어 자연적인 생태계 보호를 정책 최우선에 놓고 해안 방파제를 없애 온 이유입니다. 이 회장의 별장이 들어설 해안토지도 그래서 기존 방파제를 없앤 것이고요. 문제는 사유재산입니다. 개인 해변 소유자들은 자연적인 해안침식을 더 걱정합니다. 자연적인 생태계 복원보단 방파제 설치가 더 낫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그 비싼 땅이 파도에 의해 매일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일이죠. 실제 이 회장의 토지도 해안침식 때문에 벌써 3m 정도를 침식당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국도 일종의 타협책으로 ‘해안후퇴 예외조치(Shoreline Setback Variance)’ 신청을 받아줍니다. 소정의 심사를 거쳐 통과하면 방파제 설치를 허용해주는 것입니다. 삼성에서 다시 방파제를 세우기 위해 규제에서 빼달라는 신청을 하고 시의회가 승인해 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환경론자들이 또 문제를 제기합니다. 핵심은 공공 재산인 해안 경관 보존이 먼저라는 것이죠. 하와이 주 법령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입니다. 아울러 개인해변 소유자들이 별장을 지키기 위해 방파제를 앞다퉈 세우면, 방파제 없는 인근 해안에 더 센 파도가 들이쳐 침식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주장입니다.
하와이 주 해안침식 연구자인 생태학자 칩 플래처 하와이대 교수는 시빌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 소유토지의 건축규제를 풀어준 것은) 환경파괴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탐사매체 소유주 오미디야르는 누구=‘언론의 힘’으로 이 회장 별장지의 환경문제 논란에 불을 지핀 오미디야르는 어떤 인물일까요. 올해 47세인 그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이란계 부자입니다. 최근 포브스가 발표한 하와이 최대 부호로 꼽힌 그는 글로벌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의 창업자이기도 하죠. 오미디야르는 최근 사회ㆍ정치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의 시빌비트도 그 연장선상에서 오미디야르가 2010년 세운 언론사입니다. 아울러 그는 2013년 2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독립언론 실천 활동을 벌였는데요. 이를 위해 미국 국가안보국(NSA) 사찰을 특종 보도한 영국 가디언의 지글렌 그린왈드 기자를 영입해 또 다른 탐사보도 전문 사이트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를 작년 초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오미디야르가 만인의 정의를 수호하는 ‘투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또한 어느 한쪽 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바로 ‘로비스트’라는 꼬리표 때문입니다. 그는 이란계 미국인 및 모국을 위한 로비활동에 적극적입니다. 핵심은 미국에서 로비파워가 가장 막강한 유대계에 맞서 ‘이란계 미국인’(Iranian Americans)을 위한 전국 이란계 미국인 협의회(NIAC)를 키우는 일입니다. 그동안 실적은 미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미디야르 등 IT분야에서 성공한 이란계 억만장자들은 은밀히 이란계 미국인 및 모국을 위한 로비에 뛰어들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미국에는 현재 100만∼200만명의 이란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아울러 2013년 오미디야르 회장은 2016년 대선에 출마할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거액의 정치 후원금을 냈습니다. 후원금은 1000만∼2500만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아마 삼성에서 그런 돈을 냈다면 큰 일 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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