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정부부처 가운데 가장 바쁜 곳을 꼽는다면 단연 보건복지부다. 보건복지부는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국민 보건에 관한 사무와 사회복지 증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국민보건’이 선순위고 ‘사회복지 증진’은 후순위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를 보면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복지보건부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국민의 노후복지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보건복지부의 신경이 온통 연금에 쏠렸기 때문이다. 연금 논란은 정치권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40%인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50% 올리는 개선안을 슬그머니 끼어 넣으면서 불이 붙었다.
야권이 중심이 된 여의도발(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개되자 청와대는 발끈했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 40%를 옹호하는 검투사로 변신했다. 야당의 소득대체율 50% 인상안과 복지부의 40% 고수안이 맞붙은 연금 전쟁은 복지부의 판정승으로 거의 일단락됐다.
연금 고갈의 불안감과 공무원 사회 및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적 불신 등이 복지부 쪽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진검승부를 펼친 보건복지부는 ‘공포 마케팅’, ‘연금 괴담’ 등 험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수장인 문형표 장관 역시 야권으로부터 해임 건의안 말까지 나오는 등 십자 포화를 받았다.
연금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큰 불은 잡혔다. 그리고 공은 이제 여야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논란을 거치면서 많은 과제를 남겼다. 연금도 고갈된다는 불안감과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국민적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현재 540조원 상당의 기금이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밝힌 시간표대로 라면 국민연금은 오는 2060년 바닥을 드러낸다.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해도 45년 뒤엔 돌려 받을 연금이 없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을 최후의 노후 소득 장치로 믿었던 2100만 가입자들은 이번 연금 논란이후 거의 패닉 상태다.
이 때문일까, 보건복지부 안팎에선 ‘보험료율을 올려야한다’, ‘현행 적립형인 보험료 부과 방식을 본인이 부담하는 부과형이나 절충형으로 변경해야한다’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복지부 밖 전문가그룹에선 ‘저부담 저급여’ 방식에서 ‘고부담 고급여’ 방식으로 바꿔 ‘용돈연금’을 벗어나자는 소수의 소리도 있다.
국민연금 논란은 세대간, 계층간 갈등과 불신이라는 생채기도 남겼다. 갈등과 불신은 보듬어 치유해야 한다. 그리고 연금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은 안정된 노후를 원한다.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남주 기자/
기자]최남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