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포스코가 25개 계열사 대표들과 포스코 사내이사들의 사표를 제출받고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이사 쇄신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배경에는 두달째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와 관련이 깊다. 포스코건설의 작은 횡령으로 시작된 비리의혹이 그룹 전체로 비화하고 있는데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고구마줄기처럼 각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이 검찰 수사로 인한 이미지 추락, 전 세계적인 철강업계의 경영 악화 등 중첩된 위기 상황을 ‘사즉생의 각오’를 천명한 것도 검찰수사로 인해 추락한 이미지를 되찾고, 전세계적인 철강업계의 경영악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에서 2달전에 출발한 검찰 수사는 모그룹인 포스코를 포함해 3갈래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20여명이 입건된 가운데 구속되거나 영장이 청구된 포스코 및 거래업체 관련자가 10명에 이른다. 모두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시절에 발생한 비리 의혹들이라 정 전 회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불러서 조사하면 걸린다”고 밝혔다. 한때 대한민국의 자존심으로까지 인식됐던 포스코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치부가 쌓여왔다는 것이다.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에 따르면

애초 검찰수사의 발단은 베트남 현지 사업장을 통한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이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이 새만금방수제 공사 등 국내 사업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통해 하청업체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납금을 받아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토목본부장 자리를 거쳐간 전·현직 임원 4명이 전원 입건됐다. 투병 중인 김모(64) 전 부사장을 제외한 3명이 모두 구속되거나 영장이 청구돼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깊숙히 진행되면서 상황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뒷돈 일부가 회사 윗선으로 상납된 정황도 포착됐다”면서 “하청업체에 대한 조직적인 ‘갑질’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본사 역시 핵심 거래업체인 코스틸과의 철강 중간재 거래 과정에서 불법 정황이 포착됐다. 이 수사는 지난달 7일 검찰이 정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의 집과 코스틸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회장이 2005∼2012년 납품대금과 거래량을 조작해 빼돌린 돈이 200억여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이 중 일부가 포스코 수뇌부에 건네졌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또 포스코플랜텍(옛 성진지오텍)이 이란의 현지 에이전트 세화엠피에 맡긴 석유플랜트 공사 대금 650억여원이 국내로 들어온 사실도 확인하고 행방을 추적 중이다. 세화엠피는 정 전 회장 및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전정도(56) 회장의 회사라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전 회장은 2010년 성진지오텍을 포스코에 시가보다 2배 이상 비싼 1592억원에 넘겨 특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이모(65)유영 E&L 대표를 구속했다. 유영E&L은 세화엠피, 이란 현지법인 SIGK와 함께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거래대금을 관리하는 회사로 이 대표는 전 세화엠피 회장과 공모해 2013∼2014년 포스코플랜텍이 이란석유공사에서 받은 거래대금 922억원(719만 유로)을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6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를 구속한 검찰의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빼돌린 회삿돈 가운데 일부가 포스코그룹 전 경영진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이 대표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의 정점이 있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이르면 다음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내·외 사업장에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금품을 상납받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정 전 부회장의 검찰조사 다음에는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코가 도덕적으로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면서 “그동안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온 걸 감안하면 대국민사과 성명이라도 내야 하는 상황까지 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