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대기업 증세 소신·국회선진화법 개정작업 역설…연금개혁정국 위기의 리더십 극복도 숙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화려한 ‘100일 잔치’는 없었다.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유 원내대표 앞에 놓인 정치적 과제가 만만찮아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내렸을 때 저를 포함해 당시 18대 국회에서 감세 중단 얘기를 했었고, 실제로 감세가 중단됐었다”며 “다시 (법인세율을) 어느 정도 인상할 것이냐, 법인세 이외 세금은 어떻게 건드릴 것이냐, 이 부분은 제 개인 입장을 갖고 고집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 나가겠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선 과정부터 보수 진영이 금기시하던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필요하면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론’에 대해 “그건 분명 허구”라고 지적하며 청와대와 확실한 각을 세웠다.
유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달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부자ㆍ대기업에 대한 증세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부자와 대기업은 그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을 떳떳하게 더 내고 더 존경받는 선진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연설 후 유 원내대표는 ‘부자 정당’이란 낡은 이미지와 결별하며 ‘신(新) 보수’의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야당도 그의 연설을 ‘명연설’로 추켜세웠다. 유 원내대표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를 의식한 듯 국회선진화법도 손질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원인으로 선진화법을 꼽는 데 대해 “다수결로 표결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방해되는 국회선진화법이라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유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며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문구를 국회 규칙에 명시하는 문제를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여당에 ‘불가’ 지침을 내리면서다. 야당은 이를 ‘합의 파기’라고 주장하며 5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한마디로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 끼어버린 형국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금은 당장 저한테 협상의 재량권이 별로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계속 노력하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무원연금 정국은 유 원내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현 상황이 위기인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기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