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소장님, 이왕 위문공연 하는 것 싹 벗깁시다”

죄수 500여명이 모인 모 교도소 운동장에서 사회자가 말했다. 교도소장 안모(59)씨는 긍정적인 제스처로 손을 들어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립쇼가 시작됐다. 여성 스트리퍼가 교도소 대운동장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옷을 하나씩 벗었다. 가슴 노출은 물론, 팬티를 허벅지까지 내리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야한 동작도 반복됐다.

교도소장 안씨는 무대로부터 대각선으로 1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죄수들과 함께 스트립쇼를 봤다. 쇼는 약 10분 동안 이어졌다. 이전 공연을 했던 여성댄스팀과 미스코리아 출신 걸그룹 멤버, 여성교도관들이 죄수들과 섞여 있던 자리였다.

‘교도소 스트립쇼’는 약 일주일 뒤인 2013년 10월 4일 외부에 알려졌다.

안씨는 법무부 감찰관실에 “살색 타이즈를 입은 여성이 겉옷을 벗는 과정에서 노출처럼 여겨졌으나 과장됐다”고 보고 했다.

하지만 법무부 감찰조사관의 진상조사 결과 안 소장의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사회자가 스트립쇼를 예고하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고, 촬영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카메라를 끄라고 하는 등 스트립쇼를 알수 있게 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

그러자 안 소장은 보호 본능으로 유화해서 보고 했다고 시인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의 다른 비위도 드러났다. 스트립쇼를 주최한 남모 목사는 조직폭력배 출신이었다. 남 목사는 서방파 김모 두목의 사망 당시 장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교도관들이 공연 한달 전 스트립쇼를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보고했지만 안 소장은 이를 묵살했다.

안 소장이 조직폭력배의 편의를 봐줬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안씨는 같은해 7월 18일 서방파 두목급 나모씨, 원주종로기획파 김모씨, 신영광파 김모씨 등으로부터 식사와 유흥업소 향응을 제공받았다.

안씨는 이후 교도소에 수용중이던 서방파 행동대원 정모씨가 감시 받지 않고 면회를 하게 해줬다.

정씨는 교도소장의 배려로 충장OB파 조직원 김모씨, 대구 동성로파 두목 김모씨, 서방파 두목급 조직원 나모씨와 행동대장 문모씨와 같은해 8월 23일과 9월 26일 만날 수 있었다.

안씨는 또 같은해 5월 31일엔 지역 유지들을 불러 모아 개인 기념비를 교도소 내부에 설치했다.

7월 29일엔 교도소 예산을 유용, 홍보담당 직원을 시켜 개인 홍보물을 만들어 지역 사회에 배포하게 했다.

법무부 감찰조사로 이같은 진상이 드러나자 안씨는 지난해 4월 21일 해임됐다.

그러자 안씨는 이에 불복, 작년 8월 법원에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인씨는 37년간 교정공무원으로 모범적인 근무를 했고 다수의 표창을 받았으며 죄수들의 교화를 위해 공연을 열었다가 생긴, 능동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이기에 해임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그러나 “안씨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도 이 사건 해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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